농산물 가공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일선 농협 가공사업의 경우 아직 많은 곳에서 적자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농식품 가공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식품 대기업들의 급속한 사업 확장 등의 영향으로 일반 중소 식품업체는 물론 각 지역농협의 농식품 가공 사업에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지역농협의 가공사업은 적정한 가격에 원재료를 조달하기가 쉽지 않고, 적절한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조합별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협 가공사업의 현황과 해결과제를 짚어봤다.
중앙회 차원 품질·위생·안전관리 필요 가공공장-외부업체간 전략적 제휴 시급
▲농협 가공사업 실태=지난해 말 현재 농협중앙회 회원조합 가공공장 수는 모두 100개소 이다. 품목별로는 고춧가루 가공공장이 13개소로 가장 많고, 김치 11개소, 다류와 곡물가루, 조미식품이 각각 9개소, 음료 8개소, 건강식품 6개소 등이다.
이들 가공공장의 총매출액은 2005년 3187억원, 2006년 3259억원, 2007년 3122억원, 2008년 3271억원으로 소폭 증가 추세에 있지만, 총 순이익은 2005년 62억원, 2006년 58억원, 2007년 69억원, 2008년 50억원으로 감소세를 띠고 있다. 특히 2007년 기준 99개 가공공장 중 적자를 낸 가공공장이 26개소(26.3%)로, 현상유지 조합을 제외하면 실제 흑자를 내는 조합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공사업 문제점=이에 따라 농협 가공사업의 활성화가 요구되고 있지만 현실적 제약요인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가공식품의 주재료인 원료 농산물 조달 단가가 높다는 문제가 있다. 지난해 농협경제연구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회원조합 가공공장의 주원료 농산물의 조달수준은 시장가격대비 평균 98.0%. 이는 가공용으로 쓰이는 농산물이 일반 시장에서 유통되는 농산물 가격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는 얘기로, 원료 농산물 구매 가격이 높아 시장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무턱대고 싼 가격에 사드릴 수도 없다.
또한 가공사업으로 수익을 낸다 해도 협동조합 특성상 그것이 바로 기술개발이나 시설투자 등으로 재투자 되지 않고 조합 환원사업 등에 쓰이는 것도 가공사업 활성화의 걸림돌 중 하나다. 여기에 조합 영세성으로 인해 규모화가 어려운 데다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요건 외에도 가공공장 운영에 있어서의 전문성 부족과 관리 시스템 부재도 조합 가공사업의 적자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공시설 설립에만 치중해 운영 소프트웨어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곳이 있다는 얘기다.
▲해결 과제=이 같은 문제에 대해 안상돈 농협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조합 가공사업에 대한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때”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가공사업이 아니라 식품산업으로의 발전을 얘기한 것. 이런 측면에서 그는 “영세한 조합이 품질관리부터 마케팅까지 모두 하기가 어렵다”며 “대기업 수준의 품질관리나 마케팅이 이뤄지려면 농협중앙회가 일정부분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의 경우 안전사고가 한 번 터지고 나면 농협이라는 브랜드 전체에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중앙회 차원에서 품질관리나 위생 및 안전관리 시스템을 마련하고 원자재 조달이나, 유통, 마케팅 등의 부분에서 가공공장간 또는 외부 업체간 전략적 제휴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안상돈 수석연구원은 “현재 조합 가공공장들이 영세하다고 해서 물리적으로 통합해 규모화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기능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부분들은 연계해 조합 가공사업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원료조달 문제에 대해 안진용 농협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원료 농산물 조달 가격을 낮추고 안정적 공급을 이루기 위해선 가공용에 맞는 품종개발이나 계약재배 등을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석영 농협중앙회 식품사업분사 차장은 “원료수급 문제나 재투자 부족으로 조합 가공사업이 양극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식품산업은 안전관련 규제가 더욱 엄격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가공공장 간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기능별로 규모화 전문화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협동조합연구소의 위치 : 2, 4호선 사당역 13번 출구, 농수축산신문사 건물 5층)
어렵게 개정된 농협법의 개정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시행령, 시행규칙, 모범정관(예) 등의 후속작업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번 농협법 개정에서는 농협 업무구역의 시군단위 확대 및 중복, 조합원의 조합선택권 부여, 약정조합원제도의 도입, 교육위원회의 설립, 유통손실보전금 지원제도의 명문화, 조합공동사업법인 활성화, 품목농협의 광역시 지역농협 정 조합원 가입 허용 등 중요한 내용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이들 내용은 하나하나를 떼어 놓고 생각해도 농협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항목이지만, 전체가 어우러져 지역농협의 체질을 전반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개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본 연구소에서는 교육위원회의 실질적인 역할을 위해 교재편찬위원회를 자체적으로 가동하면서 준비하고 있지만, 그 외의 내용에 대해서는 역부족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우리는 지난 경험을 통해 법 개정의 취지가 후속작업에서 퇴색되거나 무력화되는 것을 지켜봐 왔다. 실제 농협법의 문구에는 좋은 내용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원래의 취지를 잘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항목도 있다. 특히 이번 법 개정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업무구역, 조합선택권, 약정조합원 제도와 관련된 조항과 조합공동사업법인의 활성화를 위한 조항 등은 실행 의지를 가지고 법 취지에 맞는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실질적으로 사문화될 우려가 있다고 하겠다.
지난 7월부터 농협중앙회와 농협개혁위원회가 각각 사업분리의 방향에 관련하여 도 단위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사업 분리 과제는 향후 최소 50년간의 한국농협의 진로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해진 농협법의 취지를 최대한 실행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도 농민조합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사항이다. 따라서 사업분리에 집중된 관심의 일부를 합리적으로 나눠 농협법의 후속작업을 수행하는 것에 대한 전 농업계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4월 법 통과 이후 뜸하게 진행하고 있는 농협개혁위원회는 모범정관(예) 개정까지 매월 1회라도 모여서 후속작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점검해야 한다. 현장에서도 구체적인 후속작업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제시하고, 업무구역 확대가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지 않고 시군 전체 농협 발전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의 협력적 토론이 필요하다. 또한 시군단위 토론회 등을 통해 법 개정의 취지에 맞도록 각 시군 농협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농민-농협-행정의 열린 토론을 진행하여야 한다.
4월 농협법의 개정은 국회에서는 마무리 되었지만, 농업현장에서는 개정된 농협법 내용이 적용되는 시작일 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어렵사리 합의한 법 개정 취지를 살려 농민조합원에게 희망을 주기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바탕으로 농협법의 후속작업에 만전을 기하자.
지난 7월호에서 이솝 우화에 나오는 두 염소 이야기를 소개해드렸습니다. 너무 뻔하고 시시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셨던 분도 계셨을 것이고, 다른 생각과 견해를 가진 분들도 계시리라 봅니다. 이번 8월호 지면에서는 이 두 마리 염소 이야기를 가지고 진정한 협동의 가치를 살려내기 위한 한농연 회원들의 역할을 고민하고자 합니다.
제가 지난 달 월간 한농연에서 두 마리 염소 우화의 네 가지 그림을 보여드린 후, 아래처럼 다섯 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혹시 기억나십니까? 오늘은 그 해답을 함께 찾아보는 자리입니다.
1. 왜 굳이 많은 초식동물 중에서 염소일까요? 힘이 센 코끼리도 황소도 있는데 말이죠?
2. 왜 염소들은 줄에 매여 있을까요? 좀더 자유롭게 줄 없이도 살 수 있을텐데 말이죠?
글쎄요... 힘센 초식동물 같으면 아무리 맹수들이 공격을 해도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을 방법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요? 코끼리나 황소 같으면 어느 정도 자라나면 함부로 맹수들이 공격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지니게 됩니다. 그러나 염소는 다르죠. 아무리 커져봤자 커다란 강아지 이상으로 자라나지 못합니다. 더욱이 수컷이 가지고 있는 작은 뿔 정도로는 맹수를 공격할 수 없죠.
이는 매우 작은 농토만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영세한 농업경영의 현실을 비유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부 통계를 봐도 기껏해야 평균 4,500평 정도의 논밭을 부쳐먹는 정도입니다. 한농연 회원들처럼 몇십 ha씩 농사를 짓는다는 젊고 기술 좋은 농민일지라도 평균 2억원에 육박하는 빚더미에 시달리는 ‘껍데기만 대농’일 뿐입니다. 그런 대규모의 농민들조차,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같은 신대륙의 대농들은 물론이거니와 유럽연합(EU) 국가들의 농민들과 비교했을 때 전혀 게임이 안됩니다.
이제는 고도의 기술과 경영능력은 물론, 자본과 시설이 있어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시대죠. 하지만, 농업은 공업과 전혀 다른 산업입니다. 동식물의 생명을 다뤄야 하고, 자본 회전도 빨라야 몇 달, 과수 작목들 같으면 길게는 4~5년 이상이 걸릴 정도로 힘든 직종입니다. 공산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같은 방식의 경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이죠. 대표적인 3D 업종이라 불릴 정도로 힘든 게 농사일인데, 뼈빠지게 농사지어봤자 손바닥에 남는 건 얼마 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게다가 유통상인이나 대형유통업체, 각종 농자재 업체 등의 횡포에 일방적으로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젊은 바이어라는 놈이 한농연 회원님들의 농장에 불쑥 찾아와서는, 피땀으로 생산한 농산물값을 터무니없이 후려친다든지, 작황이나 수급에 상관없이 대형유통업체의 세일 행사에 저가 미끼상품을 납품하지 못하면 그나마 있던 거래선마저 냉정하게 끊어버리기도 하지요.
농업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무분별한 개방농정을 강요받는, 태생부터 경제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350만 우리 농민들의 냉혹한 현실을 위의 그림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3. 왜 염소 두 마리는 굳이 용을 쓰고 각자의 앞에 있는 풀로 나아가려 했을까요?
제가 볼 때는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단기적인 이익에만 급급해서, 중장기적으로 개개인의 농장 경영을 발전시키고, 지역농업과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 문제 해결에는 너무나도 인색해 온 우리 350만 농민들의 행동 양식을 빗댄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산지 수집상이 ‘평당 100원 더 줄게. 우리 쪽으로 물건 내놔라’ 하면, 봄철 영농자금 생활자금이 너무 급해서 정부나 농협과 맺었던 계약재배 약정을 너무나 쉽게 파기하고 돌아서는 농민조합원들의 행동 방식의 문제점 같은 것들입니다.
이웃 농민, 이웃 마을, 이웃 지역의 농민이나 생산 조직과 통큰 단결과 협동을 통해, 대형유통업체 바이어들이나 산지 수집상들의 횡포에 당당히 대응해야 하는데도, 당장의 급전과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눈이 멀 수밖에 없는 현실… 60여년을 넘게 제자리걸음(실질적으로는 퇴보)을 해 온 우리 농업과 농협 운동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4. 그러다가 두 염소가 머리를 맞댄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역농업이든, 농협이든… 온통 문제점 투성이입니다. 누구 하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 문제들을 올바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모두가 하나로 뭉쳐서, 스스로의 문제점들에 대해 진솔하게 대화하고 고민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힘과 지혜만으로는 절대로 풀 수 없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가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그림이라 생각합니다.
위에서 평당 단돈 100원이라도 더 벌어보겠다고 산지 수집상에게 밭떼기로 넘기는 농민조합원 얘기를 드렸습니다. 그 분께서는 가락시장에 5톤 트럭으로 싣고 가서 최고가 낙찰을 받아 신나게 돈다발을 헤아리면서, “그래, 알랑한 농협 직원 놈들이 나처럼 제대로 팔 수나 있겠어? 농협 네까짓 것들이 나처럼만 농사짓고 팔아봐라” 이런 생각도 하셨겠죠.
맞습니다. 걸핏하면 초대형 금융사고나 몇천억원 대 손실만 내고, 정치권 등과 연관된 구조적인 비리에 횡령에 부정선거만 되풀이되는… 1961년 군인 출신 농협중앙회장이 임명되면서 출발한 비뚤어진 관제 협동조합, 오욕의 역사로 점철됐던 농협중앙회와 일선 조합들의 원죄가 워낙 크다는 점, 가릴 수도 없고 부인할 수도 없습니다!
농민들이 원하는 저리의 농업자금 대출을 부르짖으면서도 “농신보 한도가 차서, 부동산 담보물이 없어서” 못 빌려주겠다고만 하고, 혹여나 대출금이 연체라도 될 양이면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강요하며 강제집행 조치를 해서 조합 직원들만 살아 남으려고 안달복달입니다. 경제사업 제대로 해야 한다고 농민조합원들이 목 터져라 외쳐대면 “조합 입장에서 경제사업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냐? 조합원들이 제대로 수수료도 내고 좋은 물건 내놔서 경제사업 하는 꼴 전혀 못봤다” 하면서 꽁무니만 빼는 게 가관이 아니죠?
하지만 우리 12만 한농연 회원들은, 그런 부분들까지도 적극 포용하면서 생산적인 대안을 만들어내야 할 역사적 사명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개혁하고 실천해서 보란 듯이 농협 개혁의 모범사례를 만들어내야 할 무거운 책임이 주어져 있습니다. 200여명에 육박하는 한농연 출신 농축협 조합장과, 숫자를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이사, 감사, 대의원들이 전국 곳곳에 있습니다. 12만 회원이 똘똘 뭉치면 높고 단단한 산일지라도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을 겁니다.
농협중앙회와 일선 조합 임직원들이 못해내겠다고 생떼를 쓰면, 12만 한농연 회원들이 나서야 합니다. 임직원들이 능력이 없으면 능력을 키워낼 것이며, “안되면 되게 하라”는 정신으로 강력한 개혁 운동을 전개하여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진정한 참여민주주의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협동조합 운동의 핵심 원칙이자 운영 원리입니다.
이런 일들을 하려면, 한농연 회원 개개인이 갖고 있던 모든 기득권이나 정치적 야심 같은 것들도 과감히 놓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원칙을 지켜 제대로 된 방식으로 일을 해서 최종 결과를 뽑아내려면, 우리 12만 한농연 회원들 스스로가 앞장서서 “바보”가 돼야 합니다. 그리고 “미쳐야” 합니다.
제대로 된 협동조합 운동에 대한 교육과 조합 실무에 대한 훈련을 통해, 개별 농민조합원은 물론 대의원, 이감사, 조합장, 조합 직원들까지 “진정한 협동조합 운동의 주인”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5. 염소들은 왜 왼쪽 풀부터 먹었을까요? 그리고 나중에는 왜 오른쪽으로 갔을까요?
회원 여러분들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모든 일에는 “전략적 선택”이란 게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적 타협과 실천”이란 게 있습니다. 이 두 그림은 그러한 두 가지 일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왼쪽 오른쪽에 먹기 좋은 풀이 둘 다 있죠. 두 마리 염소들은 제각기 자신에게 가까이 있던 풀이 좋아서 그쪽으로 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한꺼번에 양쪽의 풀을 먹을 수는 없습니다. 그랬다가는 하염없이 서로 줄다리기만 하다가 지쳐 쓰러지는 결과만 낳을 것입니다.
시급히 해야 할 일, 중요성이 높은 일부터 제대로 진행시켜야 합니다. 당장 우리 농협의 역량으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 지역농업의 활성화를 위해서 지금 단계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부터 제대로 논의해서 합의하고, 적극적으로 진행하자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서 어떤 때에는 개별 조합원들이 갖고 있던 권리와 기득권같은 것도 일부 양보해야 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염소들이 왼쪽 풀부터 먹고 나서는 오른쪽으로 갔죠?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끝난 이후에도, 조금 가치가 떨어지는 일일지라도 결정을 내렸으면 이를 준수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소수자를 배려하는 포용과 타협의 진정한 민주주의적 가치이며 협동조합의 정신일 것입니다. 맨 마지막 그림은 이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가며
7월부터 8월까지 진정한 협동과 경쟁의 가치를 어떻게 발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봤습니다. 농촌 민심이 예전같지 않다고 하죠? 아파트와 빌딩 숲에 파묻혀 사는 도시민들보다 훨씬 각박하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남의 지역 농사가 자연재해로 폭삭 망해야, 우리 지역의 내가 짓는 농작물이 제값 받고 판매될 수 있다는 야박한 생각마저 생길 정도니까요.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는 마음 속 깊숙한 곳에 따뜻한 희망 한 자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작든 크든, 사람들과 뭇생명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구요. 그것이 진정한 협동의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한 작은 출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겉만 번지르르한 보여주기 식 사업이 아니라,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알차게 익어가는 수박 참외같이 진실 되고 내용 있는 협동과 경쟁의 진정한 의미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한농연농업정책연구소 연구팀장 한민수입니다. 누워있던 부지깽이도 일어나서 농사일 도와야 한다던 모내기철 농번기가 지났습니다만, 장마철 게릴라성 호우나 태풍 걱정에 노심초사하실 회원 여러분들의 깊은 걱정 근심이 여기 서울에서도 많이 느껴집니다.
이번 7월호 농협개혁 시리즈는 조금 더 쉽게, 가슴에 와 닿는 글로 인사드리고자 합니다. 그래서 우선 이솝 우화에 나오는 두 마리 염소 얘기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회원 여러분께서도 “우리농협소식” 같은 책의 표지에 나온 그림으로 이 우화를 많이 접하셨을 줄로 압니다.
얘기는 간단합니다. 두 마리의 염소가 있는데, 걔네들 목에는 서로 떨어져서 다니지 못하도록 노끈이 단단히 감겨 있습니다. 그런데 각 염소의 옆에는 맛있고 싱싱한 풀이 자라나고 있지 않겠어요? 처음에는 염소들이 각기 자기 앞의 풀을 먹으려고 서로 낑낑대지 않았겠습니까? 하지만 노끈 길이가 짧으니 자기가 먹으려는 풀 쪽으로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염소들이 줄다리기를 하는 꼴이 됐지 뭐예요?
그렇게 한참을 힘들게 있다가 염소들이 얘기합니다. “우리 이렇게 하지 말고, 한쪽 풀부터 같이 먹은 다음에 다른 쪽으로 같이 가서 풀을 먹자. 그렇게 하면 별힘 들이지 않고, 서로를 도와가면서 배를 불릴 수 있지 않겠냐?” 그래서 두 염소는 서로가 협력을 해서 맛있고 신선한 풀을 양껏 배불리 먹고, 행복하게 지냈다는 게 우화의 결론입니다.
아래 그림은 협동조합 운동에 대해서 배우신 회원분들께서 너무나 많이 접하셨던 그림일 겁니다. 간략하게 4개의 그림만 보여드릴게요.
이 우화를 가지고 일일이 복잡한 설명을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같이 생각해 봐야 할 질문거리들이 몇 개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저는, 앞으로 회원 여러분과 함께 여러모로 의논해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우화가 결국 협동조합의 기본 정신과 연관이 돼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제가 나름대로 고민해 본 해답은 다음 호를 통해 제시해 드리려 합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아주 재밌는 얘깃거리들이 무궁무진하게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나 회원 여러분께서 나이 어린 자제분들과 이 얘기를 나눠보신다면, 그것 또한 자녀 교육상 매우 좋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1. 왜 굳이 많은 초식동물 중에서 염소일까요? 힘이 센 코끼리도 황소도 있는데 말이죠?
2. 왜 염소들은 줄에 매여 있을까요? 좀더 자유롭게 줄 없이도 살 수 있을텐데 말이죠?
3. 왜 염소 두 마리는 굳이 용을 쓰고 각자의 앞에 있는 풀로 나아가려 했을까요?
4. 그러다가 두 염소가 머리를 맞댄 이유는 무엇일까요?
5. 염소들은 왜 왼쪽 풀부터 먹었을까요? 그리고 나중에는 왜 오른쪽으로 갔을까요?
“선착순”과 “PT체조”의 서글픈 추억, 그리고 농민들의 처지
제가 이번 글의 제목을 “진정한 경쟁과 협동의 가치를 발휘하려면”이라 말씀드렸습니다. 이것과 상관있는 얘기 하나! 한국협동조합연구소의 김기태 소장께서 쓴 글의 일부를 인용하고자 합니다. 한국 남자들, 군대 가서 더럽고 치사한 꼴 많이 당하죠?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선착순(혹은 찍고와)”하고 “PT체조”란 게 있습니다. 김기태 소장은 훈련병 시절의 서글픈 추억에 대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원산폭격과 엎드려 뻗쳐, 좌로 굴러, 우로 굴러는 아무리 힘들어도 그냥 하면 된다. 하지만 선착순은 방금까지의 동료를 단 한 순간에 경쟁자로 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교관이 “골대 돌아서 선착순 10명!”이라고 외치는 순간, 훈련병은 다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뛰기 위해 달려간다.
첫 10명이 숨을 헉헉거리며 열외가 되고 나면, 나머지 100여명은 다시 한 바퀴 더 뛰어가고, 그렇게 3~4번 돌고 나면 이미 체념해 버리는 사람, 앞사람의 옷자락을 잡는 반칙을 저지르는 사람, 중간쯤에서 끼어들어 뛰는 사람 등 말 그대로 낙후된 자들의 비루함과 교활함이 거친 숨과 함께 터져 나온다.
PT체조는 반대로 너무나 집단을 강조해서 교관이 마음대로 정한 규칙을 위반하는 사람을 집단의 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마지막 구호는 없다, PT체조 10회 시작!” 구령과 함께 PT체조를 하다가, 한 명이라도 “열”이라고 외치면, 20회, 30회, 40회로 늘어난다. 훈련병들은 교관이 아니라 실수한 훈련병에게 험상궂은 눈길을 보낸다.
이 두 가지 기합은 한 쪽은 개인간의 경쟁을, 한 쪽은 집단의 통일을 강조하지만, 규칙을 만드는 강자는 열외시켜놓고, 약자들 간의 경쟁과 상호간의 증오만 남긴다. 그런 군대에서도 협동의 훈훈함은 어김없이 있게 마련이다. 천리행군이든 백리행군이든 낙오자가 생기지 않도록 동료의 총을 들어주고, 군장을 대신 메어 주는 눈물겨운 동료애가 발휘된다.
2년여 동안 사회에서 격리되어 복무해야 하는 군대 안에서만 이런 일이 생긴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이런 현상은 농업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갑”과 “을”의 관계가 무섭다고들 하죠? 예를 들어 농민이 “을”이라 한다면, “갑”은 농민들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선 정부나 지자체, 농협중앙회 시군지부나 일선 조합의 대부계 직원(조합장, 전·상무), 혹은 대형유통업체의 바이어 같은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이른바 “갑”의 위치에 있는 그들은, 농민들이 필요한 정책자금이나 상호금융자금 대출, 농가부채 대책, 각종 사업이나 이권, 농축산물의 출하와 제값받기 등과 관련해서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습니다. 마치 유격훈련 때 무소불휘의 권한을 쥐고 훈련병(올빼미)들을 뒤흔드는 교관과 같은 지위를 갖고 있죠. 거기에 농민들은 짓눌려 살아왔습니다. 그네들이 정하는 원칙과 방향대로만 모든 일을 해 오면서, 법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여 무임승차도 해 보고, 그네들이 떡고물 던지듯이 주는 이권이나 특혜를 덥석 받아 물기도 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농민의,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진정한 경쟁과 협동의 가치와는 계속 멀어지는 잘못을, 혹시 우리 농민들 스스로가 범해 왔던 건 아닐까 진정으로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농민 스스로의 힘으로 사람들을 모아서, 규칙을 만들고 이를 준수하며, 강자인 “갑”에 농민들의 경제사회적 권익을 강력하게 주장하여 관철함으로써, 스스로 지역농업의 발전을 책임지는 주체로 우뚝 설 수 있는 것이 바로 진정한 경쟁과 협동의 원칙이 아닐까요?
애벌레들을 하나도 죽이지 않는 혁명을 시작해야 합니다!
혹시나 자제분들께서 읽고 있는 책 중에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십시오. 1972년에 처음 출간돼 전세계적으로 수백만부가 팔리며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입니다.
호랑 애벌레 한 마리가 알에서 깨어 애벌레가 됩니다. 나뭇잎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다가 어느날 문득 “이런 삶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게 분명해!”라 생각하면서 낯선 세상을 다니다가 어느날 거대한 애벌레 기둥을 바라보게 됩니다. 수많은 애벌레들이 저마다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고 있었던 것이죠.
이 이야기는 그 애벌레 기둥의 이야기라든지,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어 어른 나비로 자라나서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 번씩 그 이야기를 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높은 구름 저편, 한참 높은 곳에 있던 애벌레 기둥 꼭대기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었을까요? 그리고 죽자 살자 애벌레 기둥을 타고 올라가는 것만이, 높은 하늘의 맨 끝에 다다르는 의미 있는 삶의 모습일까요?
지역농업네트워크라고, 농업경영 컨설팅을 하는 업체의 10주년 기념식 자료집을 본 적이 있습니다. 왼쪽에는 민속씨름 선수가 멋지게 상대 선수를 쓰러뜨리는 사진이 하나 있고, 오른쪽에는 자랑스런 김연아 선수가 고난도의 우아한 연기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더군요. 그 책에는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저와 같이 고민해 보셨으면 해서 소개해 드립니다.
씨름 경쟁은 상호간의 경쟁이며,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는 경쟁이다. 사투(死鬪) 속에서 각자의 자원과 역량이 소진(낭비)되는 구조이다. 그러나 콘테스트 경쟁(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것과 비슷한 형식의 경기)는 참여하는 주체들의 역량을 전제로 하는 수준 경쟁이다. 전문가 혹은 대중들의 평가를 통해 선택받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경쟁을 통해 서로의 역량과 수준이 향상되는 긍정적 구조이다.
우리 농업의 진정한 경쟁은 “너 죽고 나 사는” 씨름 경쟁이 아니라, 특화·차별성을 극대화하여 가치를 창출해 내는 콘테스트 경쟁이 되어야 한다. 지역농업 주체들이 씨름 경쟁의 관점에서 콘테스트 경쟁의 관점으로 경쟁의 개념을 전환해야만 지역주체간의 협력, 타 지역과의 협력을 시작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농업이 살려면, 진정으로 350만 농민이 주인이 되는 경쟁과 협동의 가치를 살려내려면, “애벌레들을 하나도 죽이지 않는 혁명”에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합니다. 애벌레의 모습을 버리고, 번데기로서의 고독과 힘겨운 시간들을 이겨내어, 마침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기를 수 있는 어른 나비로 거듭나는 근본적인 변화를 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한농연은 지금까지 농협 개혁운동을 선도적으로 전개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나라 농축협 나아가 각자가 속한 지역농업과 국가 전체의 농업을 근본적으로 혁신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돼 왔는지는 깊이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번 호를 통해 말씀드린 3개의 이야기들이, 진정한 농협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농업에 대한 절망에 완전히 빠진 회원분들이 아니라면, 보다 큰 힘을 내셔서 깊은 물속 밑바닥을 차오르는 희망과 변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한 번 크게 도약하는 7월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난 4월 10일부터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한농연 농축협 이감사·대의원 교육” 상반기 일정이 7월 22일 경남 사천시의 교육을 끝으로 일단락되었다. 이번 교육은 농번기와 겹쳐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교육생들의 열성적인 참여를 통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이감사·대의원의 역할과 자세, 예결산 관련 실무, 모의 대의원총회 및 이사회 등 다양한 과목을 통해 농협 개혁을 열망하는 교육생들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매 기수 1박 2일(심화교육 2박 3일)로 진행된 교육에서 1일차 저녁 일정으로 분임토의가 진행되었다. “농협을 진정한 농민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주제로 진행된 분임토의는 시종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되었고, 2일차 아침 분임토의 발표 시간을 통해 교육생들의 농협 개혁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읽을 수 있었다.
“월간 한농연”은 이번호부터 매월 농협개혁 시리즈물을 연재할 예정인데, 이번 지면에서는 농축협 이감사·대의원 교육 분임토의를 통해 나온 교육생들의 발언 내용을 정리한다.
1. “알아야 이감사·대의원을 한다”
교육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이감사·대의원 교육생들이 한결같이 지적했다. 농협 내 많은 문제점들이 있음에도 제대로 개혁하지 못하는 것은 교육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농협중앙회와 일선 조합의 교육사업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농협의 살림살이와 운영원리에 대한 ‘알짜배기 교육’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고 교육생들은 말했다.
집행부에서 대의원이나 이감사의 교육을 꺼려한다. 이감사가 된지 4년이 되더라도 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의원교육은 거의 하지도 않고 하는지도 모른다. 이감사 자신도 교육을 통해 알아야 되겠다는 의지가 없다.
전문가와 개혁적인 분들이 조합장으로 들어가도 자기에게 비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교육 참석하는 것을 싫어한다. 교육도 조합장이 유리한대로 한다. 책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이감사·대의원의 교육과 의식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이사들이 결의사항에 대한 책임의식이 없다. ‘밥먹고 합시다’ 하고 대충 시간 때우고, 농협이 끌고 가는대로 따라가는 식이다. 모 농협에서는 이번 이감사·대의원 교육 때문에 교육비 5만원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는데, “농협에서 주관하는 교육이 아니라서 못 준다”는 식이었다.
‘농협중앙회 자정감사업무편람’이라는 책을 보신 적이 있는지? 농협중앙회 기획실에서 지역농협에 보냈는데 직원들이 이것을 감추고 있다. 각 부서별로 어떤 식으로 감사하고 대응하라는 지침서인데 아무도 못 보셨을 것이다.
대의원 교육이 너무 안된다. 대의원은 하고 싶은데 공부는 하기 싫다는 식이다. 한농연에서 많이 계몽해 줘야 하지 않나?
농협법 60조를 보면 조합은 조합원에게 농협 운영 부분에 대한 교육을 반드시 1회 이상 실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형식적인 영농교육은 여러 번 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협동조합 교육은 조합장 임기 내에 제대로 실시하는 조합이 몇 개나 되는가? 대의원들이 교육지원사업의 취지를 반드시 알고, 예산을 편성할 때 대의원들이 자각해야 한다.
어느 협동조합이든 조합원과 임직원의 교육 사업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협동조합의 이념과 원리는 물론, 조합의 주인으로서 살림살이와 경영 방향에 대한 지식과 전문성을 높여내야 한다. 단순히 조합원들이 많이 알게 되면 조합이 시끄러워진다는 식으로 교육을 기피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2. 경제사업의 실질적 개선을 요구
분임토의를 통해 교육생들은 농협 경제사업의 각종 문제점을 세세히 지적하였다. 특히 판매사업 및 농자재 구매사업에 대한 불만이 매우 컸다.
조합 유통이 제대로 안 된다. 대형유통업체에 농협이 뒤지고 있으며 유통업체의 횡포가 너무 크다. 몇 년 전만해도 유통업체와 농협은 납품가격을 조정했는데, 요즘 들어 유통업체 구매 담당자가 작황도 보지 않고 농산물로 세일 행사를 한다. 아예 할인판매 팜플렛을 몇 달전부터 찍고 판매가격을 결정해 놓고서는 할인판매 행사를 하라며 대놓고 압박한다. 그러나 농협은 제대로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대형업체에 끌려만 다닌다.
비료값, 기름값 등 농자재 공급시 수수료가 상당히 많다. 우리 농협에는 시설포도가 많아서 면세유를 전국에서도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면세유 취급수수료 마진율을 5%나 챙긴다. 환원사업을 줄이더라도 실질적으로 면세유를 쓰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하라고 건의했으나, 집행부와 직원들은 경영에 문제가 있어 못 낮춘다고 한다.
현행 농협 계통구매 제도가 바람직하지 않다. 계통구매 가격이 대체로 높다. 작목반에서 대리점으로 직거래를 현찰로 하면 20%가 할인된다. 그러니 농협을 이용하지 않게 된다. 신용사업에서 많이 벌어서 경제사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선거직인 조합장들은 생색내기식 환원사업만 많이 하려 한다. 판매사업 마진율을 낮추는 등 제대로 된 경제사업으로 조합원에게 혜택을 주려 하지 않는다.
신용사업이 잘 되는 도시농협과는 달리 재정이 열악한 읍면 지역농협들은 조합원에 대한 혜택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범사례를 창출하는 도시농협과 협력하여 문제를 풀기보다는 오히려 발목을 잡으면서 조합원의 불만을 무마하기에 급급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모 지역 관내 농협들 중에서 시농협은 신용사업 이익이 많다. 하나로마트가 전국 최고 수준이고 조합원들에게 환원사업이나 농자재 50% 보조도 많이 한다. 그럴만한 재정 형편이 안 되는 읍면농협들은, 조합장들 모임에서 제재를 한다. 시농협에서 혼자서만 돈이 많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면, 읍면농협들은 연쇄점에서 라면을 20% 세일을 하는 등 대응에 나서기도 한다.
물론 현재의 읍면농협 수준으로는 경제사업을 제대고 추진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하지만 잘 나가는 도시농협과 읍면농협이 진정한 ‘협동조합간 협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번에는 조합원이 원하는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여 조합원과 조합이 상생하는 모 지역축협의 모범사례를 살펴보자.
모 지역축협에서 1일 매출을 3,500만원씩 올리고 있다. 연간 이익이 10억원 정도이다. 이것은 농민이 하나로 뭉쳤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지역축협의 조합원들은 조합이 자체 제작한 발효사료를 적극 이용한다. 채소나 과일값이 폭락할 때 원료를 사 들여 미생물 투여를 통해 발효를 시켜 사료를 만든다. 1kg에 260원으로 판매하는데 조합원들에게 잘 팔린다고 한다. 그러한 혁신적인 사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런 지경이니 농자재 구매사업과 관련하여 한농연 등 지역 농민단체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금 거래를 통해서라야 농자재 단가를 수월하게 낮출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지자체 등의 지원을 통해 충분한 운전자금을 확보해야 하고, 계약의 성실한 이행을 중시하는 농촌 문화의 혁신이 뒤따라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농협 계통구매를 통해서라야 부가세 사후환급 등 혜택을 부여하는 정부 정책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영농자재 구매에 있어 한농연 등의 농민단체들이 단합하여 경제사업 연합체를 구성·운영하여 인근 농협보다 많은 양을 확보하면 단가를 낮출 수 있다. 한농연이 전국적 조직이다 보니 곳곳에 회원들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 비료값이 급등하고 있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사재기를 했으나, 똑같은 조합원인데도 정보가 느려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다. 한농연이 전국 조직을 통해 정보교환이 잘 되면 이익을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3. 조합 임원·대의원 선거와 관련된 문제점
조합장, 이감사, 대의원 선출과 관련된 문제점은 농협 개혁과 관련하여 고질적으로 지적되는 핵심 사안이다. 특히 교육생들은 금권선거와 관련된 어려움과 불만을 집중 호소했다.
나는 농축협 이사 선거에서 연거푸 떨어졌다. 특히 축협 선거에서는 한 표차로 떨어졌다. 돈을 쓴만큼 당선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지인들은 “저쪽에서는 돈을 얼마 쓰는데, 당신은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농축협이 이런 곳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나는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준비 부족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당시 3명이 출마하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 분위기로 선거가 진행됐다. 한 쪽이 포기하면서 다른 한 쪽을 지원하는 식으로 진행되더니, 선거 3일전 돈봉투가 살포되면서 선거 분위기를 망쳤다.
농협 개혁이 목표인 조합장 선거에서 불법이 성행하면서 개혁의 의지가 겉과 속이 다른 부분을 실감했다.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조합장을 출마하고 당선된 후도 조합원을 위한 원칙을 가져야 한다.
나는 7년 전 처음 이사 선거에 나갔다. 조합원들에게 “잘 부탁드립니다”고 인사드렸는데 조합원들은 도리어 “너는 안 주고 가냐?”는 말을 들었다. 선거에서 8명의 이사를 뽑는데 9등으로 낙선했다. 큰 표차도 아니었다. 선거를 해 보니 유권자들의 눈빛만 보면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돈봉투를 돌려야 당선되는 선거문화를 근절시켜야 한다.
2004년 공직선거법과 농협법이 엄격하게 개정되기 전 심각했던 금권선거의 폐해를 생생히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농협 선거의 비리 사례가 언론을 통해서 가끔 보도되기는 했지만, 일부 교육생들이 증언한 농협 선거의 문제점은 너무도 생생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조합장이나 이감사 선거와 관련해서 금품 향응의 폐해가 심각하다. 심지어는 일부 조합에는 ‘선거 브로커’가 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우리네 생활 자체가 작은 정치판이다. 기존 이사들은 대의원들에게 자기 권력에 도전한다는 생각을 가진다. 그러다 보니 이사들과 대의원들의 감정의 골이 파인다.
내년 초에 대의원 및 조합장, 이사 선거가 예정돼 있다. 우리 지역에서는 마을에서 농협 대의원 할 사람을 지정하고 있다. 그래서 젊고 유능한 개혁 인사가 대의원으로 들어가기 어렵다. 특히 우리 지역은 군 전체를 포괄한 농협이다 보니 조합장 선거에서는 엄청난 돈을 쓴다. 선거문화가 바뀌어야 개혁이 된다.
전 세계 협동조합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선관위 위탁 선거를 치르는 낯부끄러운 상황인데도, 아직껏 “유전당선(有錢當選), 무전낙선(無錢落選)”의 문제점이 많다는 것이다. 조합의 건전·투명하고 민주적인 경영을 이끌어내어 경제사업 활성화를 추진해야 할 상황에서, 각종 선거 부조리로 인한 불신 구조는 우리나라 농협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이를 적극 해결하려는 조합원의 의식 혁신과 실천이 필요하다.
4. 지역농협 통폐합 문제, 신중하게 접근해야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규모 있게 제대로 추진하기 위한 통폐합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충분한 논의와 계획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통폐합 때문에 도리어 많은 문제를 초래하게 될 수도 있다. 소규모 읍면농협과 통합한 도농 통합시 내 도시농협의 사례를 살펴보자.
우리 지역 모 농협은 도농 통합시의 도시형 농협이다. 소규모 읍면농협과 통합 전에는 자체적으로 운영해서 잘 됐는데 통폐합 이후 갈등이 심해져서 역효과가 난 사례다.
도시농협과 통합된 읍면농협은 조합원 수와 규모가 도시농협의 절반이다. 이후 조합장 선거를 했는데, 읍면농협 출신 후보자가 2명 나오고 도시농협은 6명이 나오니, 결국 작은 농협에서 계속 조합장을 한다. 그러나 인구 비례대로 대의원과 이감사를 뽑다보니 규모가 큰 도시농협 출신이 많이 당선된다.
그 속에서 조합장과 이감사·대의원들은 사사건건 부딪힌다. 특정 농협 출신이 제기한 안건에 다른 농협 출신이 이의를 건다. 대의원총회에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사회를 할 때도 자기 농협 출신끼리만 식사를 하고, 자신들에게 맞지 않는 내용이 나오면 농협중앙회까지 질의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조합원간 단결이 안 되니 최근 그 농협은 부실 직전까지 몰렸다. 이를 통해 무조건적인 통폐합이 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지역주의 등 통폐합을 어렵게 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었음에도, 사전에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논의하고 해결하지 못한 결과 통합 이후 총체적인 위기에 몰린 것이다. 조합원 수를 늘리고 사업의 덩치만 키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중장기적인 조합 발전과 지역농업의 나아갈 길을 공동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농민의 사회경제적 권익 수호를 위한 올바른 농협으로 키워내려는 통큰 의지로 서로를 이해하고 뭉치는 것이 중요하다.
5. 농협 운영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점들
그 밖에도 회원들은 농협 운영의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하였다. 대표적인 몇 가지 의견을 살펴보자.
조합장이 자기와 친한 사람으로 이감사를 뽑는 경우도 있었고, 예대마진을 높여서 흑자를 높이는 방법을 쓰는데 조합원들이 희생양이 되는 상황이다. 경제사업과 교육지원사업을 확대하지 않고 흑자를 내는 방법, 대손충당금 환입을 통해서 실제는 흑자가 아닌데 흑자를 내는 경우가 있었다.
조합원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출자배당과 이용고 배당을 잘 챙기고, 교육지원사업비, 장학금, 환원사업비를 많이 챙겨서 조합원 권리를 실현해야 한다. 과다하게 높은 수준인 직원의 봉급을 동결해야 하며, 변동성과급을 통해 직원의 급여를 관리할 수 있다. 리스크관리위원회나 이사회를 통해서 금리조정은 물론 예대마진 폭을 축소해야 한다.
조합 지도사업비가 잘못 부풀어져 있는 부분이 많고, 이마저도 조합장 생색내기에 쓰이고 있다. 조합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농협중앙회 특별감사가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개선책이나 벌칙 등을 가하기보다는 조합 집행부에 유리한 쪽으로 결론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해외연수, 선진지 연수, 원로조합원 연수 등의 명목으로 교육지원사업비가 무원칙하게 운영되고 있다. 조합원이 실질적으로 도움받는 방향으로 예산을 짜야 하는데도, 대의원들은 아무 고민 없이 통과시켜서 더욱 문제다.
농협 대의원총회시 속기록 기록이 직원들의 수기로 이뤄지는데, 회의록 내용이 집행부 쪽에 유리한 쪽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정식 속기사를 활용하거나 제대로 녹취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농연 생활 전에 직장생활을 5년간 한 적이 있다. 회사에서는 사업성과에 대한 원인분석이 있어야 한다. 농협도 마찬가지다.
꼴찌농협이 된 이유를 분석해보자. 조합장과 이감사가 실무능력이 떨어지고, 조합원이 조합 경영에 무관심하고 애정이 없으니 조합 이용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거대한 조합을 당장 바로 못 바꾼다. 그러면 이감사라도 바꿔서 한농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자.
일등농협이 된 이유를 생각해보자. 1등 대기업의 과장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과장하고 같다고 보기 어렵다. 인적자원의 자질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1등 대기업의 인재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는가 생각해보라. 농협도 마찬가지다. 이감사와 대의원이 밤잠을 못 자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높여내야 한다.
협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다. 주인이 주인다운 자세로 적극 참여해야만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한다면 지금처럼 임직원들의 조직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 우리 농업·농촌·농업인을 회생시키기 위한 핵심 조직으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농축협 이감사·대의원 교육은, 본격적인 지역농협의 개혁을 위한 소중한 출발점이 되었다. 하지만 1회성 교육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각 지역별로 이감사·대의원협의회를 구성·운영하여 끊임없이 학습·토론하여 농축협의 개혁을 위하여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각 지역의 성과들을 전국적으로 전파·공유하여 더욱 발전된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이 자료는 농협 경영계수요람에 나타나 있는 2005년도 지역농협(농촌형 조합 기준) 기준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자료를 사용하실 때에는 특별히 주의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조합마다 경영여건도 다르고, 일률적으로 성과를 분석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 특히 경제사업과 교육지원사업 및 신용사업을 겸영하는 농협의 특성상 2금융권인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1금융권인 시중은행 등과의 일률적인 비교는 매우 무리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고 자료를 활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농협 개혁에 있어서도 상당한 시사점을 주는 것이 선키스트 협동조합의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농협 또한 조합원들은 고품질의 우수 농산물들을 농협을 통해 의무적으로 출하하고, 농협은 이 농산물들을 가장 좋은 조건과 높은 가격으로 가공, 판매하는 형태로 가야 할 것입니다.
물론, 선키스트 협동조합에 대해서 여려 가지 의견들이 다수 제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전통적인 협동조합의 형태와는 다른 신세대협동조합이라든지, 선키스트 협동조합과 같은 농관련기업에 보다 가까운 형태에 대한 반감도 많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농민조합원에 대한 최대봉사의 원칙과 조금 동떨어지지 않았느냐 하는 문제제기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제사업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농협의 근본적인 개혁, 특히 지역농협이나 지역축협 전문농협 등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선키스트 조합이나 신세대협동조합 등의 사례는 일정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료를 토대로 보다 활발한 토론과 실천활동이 전개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자료는 한농연농업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하는 "농정이슈 보고서"의 2009년도 제5호인 "올바른 농협법 개정 및 신경분리 방안" 보고서의 전문입니다.
※ 이 보고서의 내용은, 한농연 제1차 중앙 이사회 및 타 농민단체 및 전문가 등과의 토론을 통해 도출된 1차 결과입니다.
※ 농협중앙회 신경분리 문제에 대해서는 2월중 지역순회를 거쳐서 한농연 회원 및 농민 여러분들의 의견을 수렴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더욱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할 상황입니다. 그래서 신경분리의 대원칙만 밝혀 놓았을 뿐, 세부적인 사항을 제대로 담아내지는 못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 아울러 한농연의 농협중앙회 신경분리안은 다른 농민단체 및 전문가 등과의 심도 있는 토론과 논의를 통해 만들어지는 단일안으로 만들어 신중하게 나아가고자 한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 본 보고서의 내용과 관련하여 문의를 원하실 경우에는, 한농연농업정책연구소 한민수 연구팀장(02-3401-6567, minsuaerd@kaff.or.kr)에게 반드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논문들은 상당히 추상적이며 이론적인 수준에서 농협 개혁 및 신경분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현재 농민단체가 진행중인 농협법 개정 및 신경분리 문제를 이해당사자간의 정치공학적 접근이라고 평가하는 부분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더욱 주의 깊게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여야 정치권 및 정부, 농민단체간 밀고 당기기로 타협점을 찾고 있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향후 신경분리 등과 관련해서 한국 농협의 근본적인 모습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한농연 및 농민단체 실무자 차원에서라도 이 부분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진행돼야 합니다. 농협 개혁 문제가 특정 단체나 전문가 집단들만의 자기중심적인 현실 인식과 접근으로 왜곡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박영범 대표의 글을 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뒤에 있는 박진도 교수와 이헌목 전 소장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기존 읍면농협을 “지역종합센터”로 연착륙시키고, 판매 유통기능은 “조합공동사업법인” 등을 통해 “지역과 농업의 네트워크”라는 변증법적 발전 과정(정-반-합)을 이뤄나가면서 어떻게 전국 규모의 품목 조직 형태로 나아가게 될 것인지를 보다 쉽게 풀어주는 부분이라 생각하므로 적극 권합니다.
농협개혁위원회가 9일 농협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중앙회장 연임제한 등 중앙회 지배구조 개선 문제와 조합장 단계별 비상임화, 조합선택권제 도입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앞서 7일에는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자체 농협개혁안을 발표했다. 내용은 개혁위의 그것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농협이 농협개혁위 보다 앞서 자체 개혁안을 낸 것은 스스로 개혁한다는 명분을 챙기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농협과 농협개혁위가 낸 개혁안을 살펴본다.
광역시-도 본부 통합, 유사 자회사 통폐합 조합장 비상임화 단계 추진·연봉상한 설정 전국 단위 ‘품목별 조합공동사업법인’ 육성 무이자자금, 농업인·산지조직 직접 지원도
▲중앙회 관련=농협개혁위에서는 선출직 회장이 차기선거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 있게 활동할 수 있도록 회장임기를 단임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중앙회장 선거는 대의원 간선제로 하되 대의권이 균등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대의원 수는 일부 조정키로 했다. 또 이사 인원수가 많아 효율적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이사 수를 현행(35명) 보다 축소키로 했다.
조합장 이사는 전체 이사의 1/2이상으로 하고, 도별 지역조합 연합회 연합회장(당연직이사)과 별도 선임된 품목조합 대표 이사로 구성한다. 대표이사 소관별 소이사회는 폐지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다.
사업전담대표이사, 전무이사, 조합감사위원장, 사외이사는 외부인사를 포함한 ‘인사추천위원회’가 복수안을 이사회에 상정하고, 최종 후보를 이사회에서 추천해 대의원회에서 선출키로 했다. 이에 따라 축산경제대표이사 선출특례는 폐지된다.
또 이사가 감사를 겸임하는 현행 감사위원회를 폐지하고 상임감사제를 도입 감사기능의 독립성을 보장했다. 감사는 공모를 거쳐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대의원 총회에서 선임한다.
중앙회 지역본부 중 광역시와 도 본부는 통합하고, 유사기능의 자회사 통폐합을 강력히 추진키로 했다. 또 조합과 경합하는 자회사는 중앙회와 조합이 공동출자한 단일 회사 형태로 전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농협 자체개혁안 역시 △회장 임기 단입제 도입 △인사추천위원회 설치·운영 △중앙회 감사기구 독립 △직선제 부작용에 따른 회장 선거제도 개편 등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오는 2월까지 진행되는 컨설팅 결과를 참고해 사업분리를 조기에 추진하고, 2010년까지 상위직급 인원을 1000명 이상 감축하는 등 고강도 인적 쇄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농업인 실익과 관련이 적은 자회사 및 사업 등은 매각하고 유사 중복 자회사는 통합 또는 수직계열화 할 계획이다.
▲일선조합 관련 사항=농협개혁위는 조합규모에 따라 조합장을 단계별로 비상임화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우선 자산규모 1500억 이상 조합을 대상으로 조합장 비상임화를 추진한다.
현재 자산규모 1500억 이상인 조합은 모두 374개다. 비상임 조합장에 대해서는 활동비와 수당을 지급하고, 상임조합장의 경우 중앙회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전체조합을 5등급으로 구분한 후 등급별 연봉 상한을 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조합장, 이사, 대의원 선거 주기도 4년을 기준으로 일원화하고, 조합선택권제 및 약정조합원제를 도입한다. 이중 조합선택권제는 선택범위를 ‘광역자치단체(도)’로 한다. 당초 정부는 조합 선택범위를 선택하도록 하려 했으나, 그 폭이 더 확대된 것이다.
농협 자체 개혁안에서도 회원조합의 운영 쇄신을 이루겠다는 의지다. 조합 지배구조 관련사항은 내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빠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도, 조합장 선거제도 개편, 조합 합병 강력 추진, 조합 임직원 급여제도 개편 등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사업 활성화 관련=농협개혁위에서는 농협중앙회의 조합지원자금(조합상호지원자금, 회원지원적립금)을 ‘조합합병 인센티브’와 ‘조합경제사업 활성화’ 부문에 집중 지원하고, 중앙회의 고유목적사업비 중 교육지도 사업비의 경제사업 투입이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쌀, 한우, 양돈, 감귤 등 4개 품목에 대해서는 전국단위의 품목별 조합공동사업법인을 육성하고, 다른 품목에 대해서도 이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중장기적으로는 품목별 연합회를 구성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조합공동사업법인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출자자 대상을 확대해 중앙회와 조합공동사업법인,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 등도 출자가 가능토록 하고 농업인, 농협직원, 관련업체 등에 대한 우선 출자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또 소비지 농산물 판매장 건립시 도시조합 참여를 의무화하고, 조합이 주요 품목에 대한 가격안정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케 하기 위해 법적 근거와 공동기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협 자체 개혁안의 경우는 무이자자금 지원대상을 조합 중심에서 농업인과 산지유통조직 지원자금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농촌경제활성화를 위해 올해 상반기 중 무이자 긴급자금 1조 2천억원을 조속히 지원하고, 수출확대에도 적극 나서 국내 농산물 수출의 절반을 농협이 담당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위의 내용은 한국농어민신문 2009. 1. 12일자 보도 내용)
첨부된 한글 파일은, 지난 12월부터 정부 내에 구성되어 활동해 왔던 농협개혁위원회가 금일(1월 9일)브리핑을 통해 결과를 낸 것입니다.
* 이 자료는 2월 23일 국회 농식품위 회의실에서 열린 농협법 개정 공청회 한농연이 제출한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 자료입니다.
□ 지난 9월 무산된 정부 농협법 개정과 달리, 이번 농협법 개정안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와 학계, 조합장 대표 등이 농식품부 내 농협개혁위원회를 통해 심도 있는 논의와 검토를 통해 도출한 사항임
□ 특히 본 연합회에서는 지역을 대표하는 시도·시군구회장, 농협 이·감사 교육을 통해 법안들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해 본 결과 이번 법안에 대해 대체적으로 찬성 입장을 보임. 현 체제 농협에 대한 불신과 폐해가 이와 같은 결과를 가져옴
□ 쟁점이 되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 등은 한농연과 농업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과제임. 특히 지배구조는 제왕적인 중앙회장․조합장 체제를 이사회가 중심인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하고, 중앙회장과 조합장은 협동조합의 운동체적 성격의 업무를 맡고, 사업체적 성격은 전문가인 상임이사에 맡기자는 것이 현장 농업인들의 의견임
□ 현행 농협 체제에 대한 불신은 전 국민과 전 농업인들의 농협 개혁 요구로 귀결되고 있음. 특히 이번 농협법 개정안은각 주체 대표들이 참여한 농협개혁위원회의 권고안이 주를 이루고 있는 만큼, 민심을 대변하는 국회는 농협 개혁을 농업인들에게 맡긴다는 관점에서 심의를 요청드림
○ 농협중앙회가 비조합원 대상사업인 신용사업 수익제고에만 치중하고, 조합원이 요구하는 경제사업, 특히 유통사업을 소홀히 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
- 중앙회 자체 수익제고만을 위해 신용사업에 집중하게 됨으로써 조합원 이익과 직결되는 경제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아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이 부족한 실정임.
○ 신용사업 수익으로 경제사업 손실을 보전하는 사업구조로는 적극적인 경제사업 추진이 어려움.
- 높은 인건비 구조로 인해 경제사업은 만성적인 손실상태를 보이고 신용사업 수익 범위내에서 경제사업을 소극적으로 적은 규모로 추진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음.
○ 신용사업 수익의 일선조합 경영 보조는 일선조합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
- 중앙회가 보조금을 조합별로 배분하는 체제는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하고, 중앙회가 일선조합을 통제하는 등 부작용 초래
- 일선조합에게 경제사업 투자를 유도하기 보다 단기적 인기를 얻기 쉬운 지원사업에 집중하게 하는 문제를 초래함. ○ 조합원이 요구하고 있는 경제사업에 집중하여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글로벌 개방경제 속에서 농협이 경쟁력을 가지도록 하기 위하여 농협중앙회 신경분리가 제기됨.
- 경제사업이 전문화를 통해 자립을 유지하고, 신용사업 수익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것에서 탈피하도록 충분한 투자여력을 갖추기 위한 것임.
○ 정부에서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투자확대를 통해 2017년까지 경제사업의 역할을 강화하고, 자립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신경분리를 추진방안을 제시하였음.
-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하여 자본금 4.6조원을 확보하고, 사업방식도 일선조합 경제사업의 경영손실에 보조지원 하는 것에서 직접 투자하여 부가가치를 제고하는 등 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제시하였음.
○ 농협중앙회 신경분리는 신용사업 중심의 경영전략으로부터 조합원 농가에 필요한 경제사업 중심의 농협이 되어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제기된 개혁과제임.
2) 신경분리 추진의 시급성 도래
○ 최근 경제위기 및 금융위기 상황이 도래하여 농협중앙회 신용사업이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서 조속한 신경분리 추진이 불가피한 상황이 도래하였음.
- 농협중앙회 신용사업의 경영성과가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크게 낮고, 건전성 확보를 위해 추가적인 자본금이 필요하게 된 상황임. * 당기순이익(‘08) : 국민은행 1.5조원, 신한은행 1.44조, 우리은행 0.23조, 농협 0.24조원
* 총자산수익률(ROA): 국민은행 1.02%, 신한은행 0.74%, 우리은행 0.59%, 농협 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