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말이야..."
내 말을 듣고 커피잔을 만지작 거리면서 창밖을 바라보던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쳐다 보았다.
"한 여자 있었어.
그 여자는 한 남자를 너무 사랑했지.
그래서 항상 함께 있고 싶어했어.
하지만..
남자는 여자와 같은 마음은 아니었나봐.
나중으로 미루고 싶어했지.
지금 당장 눈 앞에 닥친 난관을 해결하고 가고 싶었나봐.
그래서 여자는 남자를 믿고 기다리기로 했었나봐"
그녀의 표정은 알 수가 없다.
내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는 것 같기도 하지만,
왠지 지루해 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생각한대로 되는게 아니잖아?"
그녀가 내 이야기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래..
집중하고 있었구나...
그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참고 기다리려고 노력했지만,
외롭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남자의 마음을 의심하기도 했나봐.
그럴때마다 남자는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하면서,
그 여자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고 그랬나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걸까?
그녀는 약간은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여자는 더 거칠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다그쳤던 것 같아.
그럴때마다 남자는 왜 너까지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냐고 화를 냈어.
그리고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지"
이 부분에서 그녀의 얼굴이 약간 일그러지는 듯 했다.
아마도 남자의 태도가 마음에 안들었겠지?
같은 여자라면...
"꽤 오랜 시간이 지났어.
여자는 그래도 참고 기다렸나봐.
이제는 함께 할 수 있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남자는 아직 아니라는거야.
여자는 당황스러웠지.
남자는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거야.
여자는 참을 수가 없었어.
지금까지 수없는 눈물과 함께 당신을 기다려왔다고 말했어.
남자는 말했지.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지금까지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줄 수 없겠느냐고..."
이야기가 너무 길었나?
그녀의 시선은 나를 벗어나 주위를 둘러보는 것 같았다.
"여자는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어.
그리고 남자에게 이별을 선물해주고
멀리멀리 따나갔지."
그녀의 표정을 보니..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남자는 생각했어.
혹시 내가 그 여자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지나고 보니 그 여자가 마지막으로 함께하자 했을 때가.
대부분의 난관을 해결하고 심신의 여유가 가장 충만했던 시절이었던 거야.
혹시 처음부터 그 여자와 함께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어설픈 핑계로 그 여자를 묶어두려 했던 것은 아닐까?
가장 어렵고 힘든 시절에 함께 하지 못한다면..
가장 밝고 좋은 시절에도 역시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나중에.. 나중에 라는 말로 남자는 무엇을 기다렸던 걸까?
남자는 그제서야 깨달은거야.
지금 함께 할 수 없다면 나중에도 함께 할 수 없는 거라고.
지금까지 어설픈 핑계로 서로를 병들게 한 거라고.
그리고 나서 하루종일 눈물을 흘렸데"
역시나 그녀의 표정은 남자가 쌤통이라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내 말을 귀담아 들었으니 다행이다.
"그러니까.
시험 걱정은 나중으로 미루고 오늘은 그냥 놀러가자.
아직 2주나 남았구만!"
그녀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깔깔 웃으며 말했다.
"뭐야? 결국 그 말이 하고 싶었던거야?
그래서 그런 3류 드라마같은 신파극을 지루하게 이야기 한 거야?
그래 알았어. 알았어. 오늘은 그냥 하루 놀지 뭐."
나도 그녀를 보며 밝게 웃었다.
그리고
커피숍 문을 나오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도 그 남자.
그 여자를 향한 마음은 진심이었을꺼야.
그렇지?"
그녀는 아직도 그 이야기냐는 표정으로
나에게 작은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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