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21 10:00
숲 속의 손교수님
제작비는 매우 적게 들면서 시청률이 높은데도 밤 열두 시 이후로 밀린+투덜투덜 무슨 프로그람인지 말씀은 안 하시겠다는 어느 프로그람ㅋㅋㅋ에서 이번 주는, 반대되는 입장들 확인하는 걸로 의의를 삼던 평소 주제들과 달리, 드물게 결론 비슷한 게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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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친부모라도 양육자로서 적절치 않을 만큼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엔 무작정 맡길 수 없다, 는 전제에 놀랍게도 출연자 아무도 태클을 걸지 않아서(우기는 사람이 분명 있을 줄 알았다), 쟁점은 '그렇다 해도 "일단 자동적으로" 친권이 가는 법이 맞느냐' 여부에 대한 것으로 좁혀진 개념있는 토론이 돼버렸다. 사실 이 주제에 관한 가장 곤란한 시나리오는 (흔히 이 얘기에 대한 일상적 가십의 현장이 그렇듯아) 故최진실 가족과 주변인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이 거론되면서 '나쁜 조성민'이라든가 '믿을 수 없는 외가' 같은 걸로 흘러가버리는 거였는데 다행히도 제작진과 출연진(한 분 빼고)은 모두 그럴 생각이 없었고, 초반부터 오한숙희 씨에 의해 '한 부모 가정은 아이를 아빠가 키우는 가정, 엄마가 키우는 가정 다 있다'는 당연한 점이 환기되면서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소위 '친권=천륜' 쪽으로 섭외된 출연자들이 꼭 천륜이라는 건 아니야 수줍...이라는 식의 정체를 밝히는 사태가! 이건 뭐지 제작진의 농간인가(...) 소설가 이하천 씨는 내가 보기엔 제작진이 방송 시작할 때까지도 이 분의 정확한 성분을 파악할 수가 없어서(토론을 들은 시청자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본인은 법적, 사회적이 아닌 인문학적, 심미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고 천명했으나 너무 심미적이어서 그런지 단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iㅁi 이모의 평에 따르면 토론에 폴라폴리스를 입고 나와 너무 더웠던 탓일 거라 한다...) 이쪽 테이블에 잘못 앉힌 거 같고, 김병준 변호사는 지속적으로 말이 오락가락 횡설수설해서 이 문제에 대해 그다지 확고한 신념 같은 건 없다는 걸 알려주었고 무려 성균관에서 나와 벽창호 역할을 맡으셨으리라 지레 짐작했던 최영갑 실장께선 토론을 통해 점점 설득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시더니 웬걸 마지막에서 손교수님도 의외라고 생각하셨는지 "좀더 보수적으로 말씀하실 줄 알았더니 전혀 아니네요?"라고 건넨 물음에 "아하하 저는 처음 평화방송 (인터뷰)할 때부터 그 부분을 말씀드렸는데, 일부 언론에서 제가 지나치게 한쪽을 옹호했다 전해버려서 오늘 제가 이 자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라며 배시시 웃어 나를 몸둘 바 모르게 하였다. ...그러쿤 처음부터 편파방송이었어~ (쾅쾅)
토론 과정에 나온 다양한 사례의 언급은, 일반화될 수 없는 것으로 지적되긴 했지만 꼭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오한숙희 씨가 누군지가 분명한 전 남편의 예를 든 건 방송에서 저래도 괜찮은가 해서 약간 식은땀나긴 한다;;
음 사실 나는 오한숙희 씨의 글을 읽으며 자랐다.-_- 괴상하게 중학교 시절 이전 독서편력엔 스탠다드한 세계 명작보단 이런저런 에세이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그게 더 읽기 말랑하기도 했고) 당시의 '오숙희' 씨 글을 여러 번 읽었는데 그래서 난 저 분과 괜히 친한 것만 같다. 표지에 있었던 저 분 모친 얼굴도 기억날 것 같다.
오늘은 보는 중에 이모랑 관전평 문자 주고받다가, 토론 중 언급된 '오한숙희 씨 딸 면접권 성취를 위한 메신저' 중 한 사람이 한때 이모였다는!! 걸 알게 돼서 당치않게 뭔가 더 가까운 사이로 느껴버림. 그래 대한민국 바닥이 좁지 중얼중얼... 뭐 이런 식으로 치면 손교수님이야말로 출연자들과 평소 아는 사이지요.
하여간 흐름이 상식적이었던 건 반가운데 토론에서와는 달리 현실은 시궁창-_-이기도 하고 다음 주 주제까지 이렇게 되어주지는 않을 게 뻔하기에 긴장되는 세상. 그래도 이렇게 조금씩 합의해가며 좋아보려는 걸음에 희망을 얻자. 우리 집이야말로 2대째 한부모 가정의 산실(..)이 아닌가?! 그래도 내 정신세계는 꽤 행복한 편이니 공식은 없는 셈이다.
...랄까 이건 행운인 걸까?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잿밥>
가을(인가 겨울인가)을 맞아 따뜻하게 새로 꾸민 백분토론 세트. 사회자님 뒤로 잡힐 때마다... 으악 숲 속에 계신다! 숲 속의 문학청년이다! 현자다! 왕자다! 손교수님이 숲 속에 보인다!! (콩깍지 씌인 망언 같겠지만 아니야 진실이야!!;ㅁ;) 앙앙 오늘 특별히 더욱 예쁘신 교수님이었음. 미술 담당자님 뭘 좀 아시네요?
이렇게만 보면 그저 사심없이 멋진 배경 같지만
몇 걸음만 떨어져보면
...이렇게 사회자만을 위해 조성해놓은 숲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