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15 03:31
시경 소식 (아마도 ①)
野有死? 들에 죽은 노루가 있거늘
白茅包之 흰 띠풀로 싸도다
有女懷春 아가씨가 봄을 그리워하거늘
吉士誘之 아름다운 선비가 유인하도다
林有樸? 숲에 떡갈나무가 있으며
野有死鹿 들에 죽은 사슴이 있거늘
白茅純束 흰 띠풀로 묶으니
有女如玉 여자가 옥처럼 아름답도다
舒而脫脫兮 가만가만 서서히 와서
無感我?兮 내 수건을 움직이게 하지 말며
無使尨也吠 삽살개가 짖게 하지 말라
――《詩經》〈召南〉 中
☞ 고기로 유혹하는 남자나 그렇다고 작업당하는 여자나... 뭔가 남의 일이 아니기는(-_ㅜ) 하지만 어쨌든 시경 배우다 코끼리양과 재미있다고 생각한 시다.
주자주를 살펴보면 오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폭발하는 주자의 센스ㅠㅠ
세번째 장이 '여자의 강경한 거절'...이라니 농담이시죠?;
선생님께서는 거의 기본방침 수준으로 주자주(朱子注)를
수천 년 동안 그렇게 열심히 읽어온 사서삼경이니 세월 속의 바글바글한 과거고시생 선비들 중 약간의 자질만 있는 경우라면 분명 제자들한테 신경질부리고 한 시간 동안 자기변명 아니라그러면서 자기변명하는 맹자라든지, 시경에 구절구절 달린 주자의 고집스런 건전 외길인생에 웃은 사람이 어쩌면 생각보다 되게 많았을지도 모른다. 인지상정 아니냐고... 왜 이런 캐릭터 영화화 안 시켜-_- 단역으로라도 등장시켜줘 툴루즈 로트렉도 이완친구해주고 셰익스피어가 제비되는 세상에 왜 공자님 맹자님은 망가지기는커녕 나오지도 않아!! (그 문제 이전에 선진시대 시대극이 별로 없다-_-;) 견문이 짧은 탓도 있지만 내 본 중에서 좀 유명한 실존인물이 변주된 건 <천방지축2>에 나오는 욘사마 소동파 정도밖에 없었다.
'脫脫'을 '서서히'라고 해석하는 것도 너무 귀엽다. 뭐가 서서히예용;;... 벗는 거지 뭘 -///-
어쩌면 공자가 그렇게 자주 인용하고 칭찬하지 않았다면 <시경>은 지금만큼 그다지 사랑받으며 전해내려오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내가 주자였으면 이런 무리한 주석 달아가며 별로 집필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아; 그래도 공자님이 좋은 책이라셨으니까 분명 깊은 뜻이 있다 끙끙 <-이런 생각하면 주희라는 사람에게도 왠지 이오공감-_-이 가면서 묘하게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모든 즐거운 망상에도 불구하고 이 시에서 '죽은 노루'와 '죽은 사슴'이 성적(性的) 메타포로 쓰이고 있다는 선생님의 지나가는 한 마디는 좀 알아듣기 힘들었다. 음? 음??; 그러니까 남녀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건 알겠지만 특별히 저 고기 부분에서 그런 느낌을 받지는 못했으니까. 오히려 의문이라면 왜 굳이 '흰 띠풀'에 싸서 주냐는 거였는데, 아무튼 미스테리다. 잘 몰라서 질문했지만 아직도 별달리 풀리지 않았다.
'죽은 사슴'이 어떤 점에서 성적 메타포가 되나요? 했다가 선생님께 '죽음'이라는 말을 잘 생각해보라는 대답만 들었음. 질문에 대답해야하는 타이밍에서 약간 곤란해하는 표정이셨는데 막 귀엽게 곤란해하시는 게 아니라, 왜 너는 그 정도의 상식과 상상력도 없어서 나한테 그런 걸 묻니-_- 하시는 듯했다. 흑흑... 나 상상력 나름대로 풍부해요... 근데 잘 모르겠단 말이에요;ㅁ;
아니 물론 낯설지는 않다.
<자료화면1>
<자료화면2>
이런 것도 있으니ㄲ...(퍽퍽퍽)
하지만 이건 '죽은 노루고기'라 역시 저런 맥락으로 이해하는 건 어거지 같고ㅠㅠ 죽음이 언제부터 그렇게 야한 단어였어 나만 모르고 있었다니 자존심상해(...)

이건 수업 끝나고 구름코끼리가 나에게 선물한 '흰 띠풀로 싼 죽은 사브레'
성적 메타포가 담겨있다고 했다. (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