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오라 / 네!!!



분명 내 행동이 마음에 안 들었을 거야 그래 그렇게 개념이 제가 없었나요?? 선의뿐인 나를 오해(..)하다니 너무해 아저씨 미워요 그럴려고 그런 게 아니었어 아저씨 속좁아 투덜투덜;;<=이라고 가만히 있는 분 얘기로 혼자 중얼중얼 자의식 과잉으로 열폭하던 끝에 어젯밤 여기다 사오정의 입에서 나오는 나비떼를 뱉어놓고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역시 털어놓으면 편하다. 그 동안 방송을 듣다 일본에 대한 부정적 코멘트가 나올 때마다 그 상황과 맥락이 뭐건 얼마나 사소하건 간에 자라목이 되어 이명박처럼 과거사를 잊어달라고 요구하는 지경이었거든요 (물론 혼자서 절규 / 게다가 이 이슈는 사건과 연관이 있다면 있고 없다면 전혀 없음;;)


한 번 끓인 속을 장황하게 풀어놓고 찬찬히 보니 그 문제가 어찌 되었든(설령 정말로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하더라도) 무엇인가를 크게 좌우할 만큼 대단히 안 좋은 일은 없었던 것 같고, 더 이상 매일같이 애먼 데 대고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는 것. 그렇게 해도 괜찮고, 그 편이 제일 상식적으로 건강한 결론인 것 같아요. 어쩌면 정답은 정작 본인은 아무 생각없다 이런 거일 듯...
그리고 역시 가장 중요한 자리에 남은 사실은 제가 엄청나게 고마운 일을 겪었다는 것이고, 고맙고 좋은 책이 제게 와있다는 것. 그 사실과 그 때의 기쁨을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거라는 점이네요.



 이렇게 정리하고 새롭고 별것아닌 하루를 맞이하려고 했는데 아니 이건 뭐야.
 오늘 방송 내용이 너무 좋다.

 허허 진짜 좋다.
 


 <현장 속으로>에서는 일본으로부터의 악성 폐기물 수입과 환경부의 무개념한 대처 문제를 다루었고, 4부에는 최근의 환율변동 속 환해지상품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 사태가 나왔습니다. 둘 다 저는 오늘 방송으로 처음 알게 된 내용들이었는데 심각하고 중요한 사안들이었네요. 새로운 고민거리를 내놓고 웃을 수 없는 이야기를 다룰 때야말로 한층 뜻깊어지기도 하는 프로그람의 성격상 방송 내용이 좋은만큼 마냥 즐거울 수가 없었지만 특히 오늘 <현장 속으로>의 고발성이 아주 생생했다는 느낌. 환해지상품 주제에 있어서는 진행자의 질문과 예시가 쉽고 적절한 덕에 저도 비교적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저한텐 몇 가지 행보로 좀 비호감이었지만) 이 문제 피해대책위원장인 송영길 의원도 설명을 잘 해주었고.

 <이 시각 해외뉴스> 마지막 꼭지에서는 안성일 위원께서 "뉴욕 주지사가 '뉴욕 시의원들은 청원인들이 있는 자리에선 다 들어줄 것처럼 하다가 5시에 해가 지고 나면 드라큘라로 변신한다'고 투덜거렸다"고 하는 인용에 바로 "뭐 어느 나라든 의원들의 기본적 자세가 아니던가요?"라고 낙낙하게 파고들어서 안성일 위원과 서로 피식피식하는 목소리가 짱 귀여웠슈!

 또 조계사 촛불시민 3명이 칼에 찔린 사건에 관해 진전된 보도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인터뷰와 미니 인터뷰 사이에 시간을 쪼개 조계사 앞에서 있었던 목격자를 통해 사정을 알아본 것, 그 때 중태에 빠진 분이 입은 상해에 관한 진술에 진행자님이 보였던 정말로 안타까워하는 신음소리. 긴요했던 섭외였고 감정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바로 이어졌던 미니 인터뷰에선 김명곤 씨가 나왔는데, 일단 개인적으론 예전 <알라딘> 더빙에서 지니로 나왔던 목소리가 아직도 느껴져서 되게 좋았고(저는 성우가 아닌 분들의 더빙에 점수가 짜지만 이 분은 진정 훌륭하셨어요. 당시 작업할 때 역할에 대해 연구도 많이 하셨던 것 같고 그 결과인지 언제 봐도 자연스럽고 재밌었습니다. 원 미국판을 연기했던 로빈 윌리엄스가 아쉽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진행자님과 곧바로 죽이 잘 맞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 손선생님은 어쩐지 문화계 인사들과 잘 지내시는 것 같습니다(...) 촉박한 시간 사정 때문에 내일도 이어서 나오신다니까 기대가 됩니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라디오의 진행 스타일을 분석하며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은 완전히 상반되는 유형이라고 말하던 것을 읽었어요. 내용인즉슨 대략 김미화 씨가 시청자들보다 아래에 위치하면서 아주 쉬운 것들부터 진행자가 먼저 궁금해하며 퍼다올려주는 모양이라면 손석희 씨는 전문적인 내공을 갖고 청취자들과 인터뷰이들보다 위에서 맴돌다 정보를 낚아온다, 뭐 이런 분석이었는데 시선집중의 성실한 청취자로서 그런 건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고 아주 겉핥는 감상이라고 말해줄 수 있겠습니다. 두 진행자의 스타일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구요. 대면한 문제와 사람에 대해 두 진행자 다 밑바닥 개념과 본질에서부터 질문을 시작하고 청취자보다 앞서가려 하지 않아요. 단지 시사 문제에 쉽게 다가가고자 하는 프로그람의 기획 의도에 여성 코미디언이자 생활인이라는 상대적으로 만만하고 다정한 이미지가 잘 활용된 결과 감각적으로 그렇게 느껴질 뿐이지.

 시선집중에서도 진행자님은 정말 상식적인 선에서 하고싶은 질문부터 던져줍니다. "먼저 OOOO라는 게 뭔가요?" "그게 왜 문제가 되는 거죠?" "그 점에 대해 보통 생각하기로는 이러이렇다고 말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저러저러하다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겠는데요?" "그러면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문제가 정말로 중요한 문제일까요?"

 아저씨 외모와 목소리, 연륜이 보통 사람들보다 우월해서 그렇지(...///) 얼핏 듣는 인상 혹은 편견과 달리 진행자의 포지션 자체는 그렇게 우월하게 가지 않는다는 점, 매일 여러 유력자들과 인터뷰하고 대화한다는 점을 마음껏 어필하며 청취자에게 압박을 주는 게 아니라 정말로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을 대신 해주는 적절함과 담백함이, 나를 비롯해 이 분을 아끼는 사람들이 꼽는 포인트일 텐데 겉핥는 사람들이 그걸 모른다능. 손교수는 쉬운 사람이라고!! <-...

 게다가 기분좋을 때면 남발하는 농담이나 다정한 말씀들은 얼마나 맛있는가 ㅠ_ㅠ 보이는대로 주워먹다간 배탈나요.(<=손석희오덕이 됨) 늘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게 애가 타지만. 매일 들으면서 더 확실해진 것이 그 날 컨디션에 따라 방송 분위기는 정말 달라지는데... 제대로 쌀쌀할 때 들으면 간이 쪼그라듦 ㅠㅠ 이런 날 운없고 소심한 인터뷰이라도 나와서 버벅거리면 굉장히 안쓰러워요. 특히 아무 잘못도 없고 방송경험도 거의 없는 분들이 나오는 미니인터뷰 시간인데 이런 싸늘한 날을 당한 분들 가엾다; 진행자님 기분만 좋으면 버벅거리는 인터뷰이도 자진해서 귀엽게 커버해주시는데...
 
 

 듣는 입장에서 본 내용도 진행자님의 반응도 알찼던 어제 방송. 생각이 많은 참이었는데 방송이 진행자님이 온몸으로 외치는 거였습니다.  팬이여 초심으로 돌아오라 ㄱ-


 으앙 손교수님ㅠㅠㅠ 어쩜 그래요; 님 방송이 너무 좋아요ㅠㅠ
 그래서 저는 좀 방황한 것을 잊고 또 한 마리 순한 양이 되었습니다. ㄱ-

 뭐야 이런 게 어딨어 이렇게 쉬운 나인가

 

2008/09/10 04:24 2008/09/10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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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비밀방문자 | 2008/09/11 18:53 | R |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오리 | 2008/09/12 05:38 | R | X

    비공개/ 안녕하세요~ 덧글들 달아주신 것 보았는데 좀 뒤늦었던 데다 개인 블로그에서처럼 써도 될지 싶어서 그냥 두고 있었답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기뻤어요.
    이태원이면 그러잖아도 제가 좋아하는+좋아하려는(..) 집들이 잔뜩인데! 멤버도 메뉴도 멋질 것 같은데 끼워주시면 저는 꺄울; 좀 이따 메일 다시 드릴게요.
    마지막 문장 잘 새기겠습니다. 어느 쪽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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