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 :: 등록된 포스트 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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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잠시 비가 그쳤던 토요일 저녁 하늘, 태풍의 눈에 들어 투명해진 하늘에는 노을이 벅차게 지는 중이었다. 내가 극작가나 연출가였다면 무대배경 가지고 그렇게 직접적으로 등장인물 심정을 드러내는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남대교를 건너고 광장을 향하면서도 나는 온통 정신이 딴 데 팔려 어쩔 줄 몰랐다. 아무래도 맞는 것 같아서.
샤워기처럼 때려붓는 빗줄기의 기세에 살수차가 전경들 뒤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는 광화문에 버티고 서서, 나는 끊임없이 생각했다. '…내 방명록에…'
흠뻑 젖고 신발 속은 찔꺽대다 못해 내가 물인지 물이 나인지 모를 물아일체의 우비 속에서, 시청 앞을 경찰청 앞을, 독립문 앞을 뛰어다니면서도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낮에 열어본 메일함이 아른아른거렸다.
신촌으로 가버린 시위대와 의견이 갈라져 서대문 사거리의 자전거 주차대 밑에서 비를 피하고 앉아있던 새벽 네 시의 KBS 제1라디오에서는 낮에 했던 토론을 재방송 중이었다. 김종배 씨가 개헌은 되기 힘들 거라며 뉴스 브리핑 때와는 사뭇 다른 음색으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몸은 기절할 것 같은데 입이 방글방글 속삭이고 있었다. '종배 씨, 아무래도 그 분 맞는 거 같죠?'
농성을 시작한 동터오는 서울역 광장에서도, 가는 길을 봉쇄하는 통에 오기로 버텨냈던 아침 9시에도, 까무라칠 것 같은 와중에 유치할 정도로 가슴은 뛰었다.
돌아와서 이틀 동안 끙끙 앓았다. 아무래도 진짜 맞는 것 같고(...) 내 부끄러운 행적들과 모든 걸 다 떠나서, 막연히 온몸이 벅차올라, 앓았다.
맞지 아닌가 아닐 수도 있어 진정하자 아니어야 좋은 거 아냐 하루이틀도 아니게 꺄아꺄아 법석 쳐놓고 이제 와서 어떻게 감당할 거야 근데 설마 진짜 아닐까 맞지 않을까 맞는 거 같은데 아닐 수도 있어 기대하지 말자 어울리지 않게 꺅꺅 난 몰라요... 자자 침착 좀 합시다 침착하면 안 되겠니
오늘 낮에 길을 걷는데 웃느라고 앞이 안 보인다.
아침, 1년 만에 다시 만난 지영 양과의 미니 인터뷰를 들으며 형상화되지도 못했던 소망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이건 다 꿈이 아닐까, 생각했다. 지영 양은 여전히 귀여웠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일 년만치 더 큰 걸 알 수 있었고, 방학이 되었지만 공부하느라 팥빙수 가게를 열 수 없는 6학년생이 되었다. 올해도 열면 전주로 꼭 먹으러 가고 싶었는데...
아쉬워도 어쩌랴. 지영 양과 동무들은 이미 너무 값지고 예쁜 일을 해냈고, 작년에도 한 걸 올해는 왜 안 하느냐고 강요할 수가 없는 일이다. 지영 양이 바빠진 대신 덜 바쁜(?) 나의 한량 같은 시간이 의미있는 일손으로 바뀌도록 남영동에도 다녀보고 하는 것이 귀여운 어린이와 어린이보다 더 귀여운 아저씨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그나마의 보답일 것이다.
쉰두 번째 음력 생신날.
나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선물을 받아버렸다.
→다음 풀종다리 기다리자 / 배차간격 랜덤 o<-<
아놔 이제 인터넷 되는 동안 적어도 3시간에 한 번은 고고북 들어가야 되는 건가.
하루에 두 번씩 나름대로 체크한다고 꼬박꼬박 했는데, 아까(6일 저녁...) 모처럼 한 권이 검색되길래 기뻐서 환호했더니, 7월 5일(!)에 올라온 게 이미 나갔다는 걸 알았다. 조회수 '2'만에.
느껴진다, 중고책 시장을 떠돌고 있는 하이에나 동지들의 그림자가.......................
어제도 분명 검색했는데 T_T 짧은 시차로 놓친 게 너무 아깝고 억울해서 머리가 핑그르르 도는 게 없는 빈혈기까지 느껴지었다. 으흑... 아쉬운 대로 내친 김에 『세상은 꿈꾸는 자들의 것이다』를 샀다. 역시 절판된 책이지만 이건 상당히 여러 권 초이스가 있어서, ①아직 이 책에까지 하이에나들의 정보력과 마수가 닿지 않았다 ②워낙 많이 풀린 책이라 중고도 많을 뿐 ③공저자가 15명이나 돼서 손석희 씨의 분량이 미미하다 ④알고보면 손석희 씨 없다(!?!) 라는 몇 가지 가설들 속에서 ④일까봐 덜덜덜-_-;; 어쨌든 판매자 평이 좋으니까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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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만성 호흡기 질환 때문에 건조한 것보다 습한 편이 낫기는 하지만, 최근 며칠은 호흡할 때마다 그냥 공기가 아니라 훈김을 마시는 것 같고 허파는 물론이고 온몸 속 쐐애하게 습기가 가득차있는 것 같아서 썩 기분이 좋지 않다.
등장 인물이 중병 걸린 원인이 습한 공기에 계속 노출돼서였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있었는데 뭐였는지 생각이 날듯말듯 도무지 안 난다. 소설이거나 동화거나 영화거나 드라마거나 하여간 이 중 하난데, 분명 서양 혹은 외국인이 나왔던 것 같다. 오네긴? 거긴 결핵이고. 사기열전... 아닌 것 같고. 오만과 편견? 꿈의 노벨레; 뭐지?;; 읽으면서(또는 보면서) 습한 공기 때문이라는 의사의 진단이 과학적인 척하기는 하지만 신뢰가 안 갔던만큼 19세기 이전의 분위기였다. 지금 이 날씨라면 습기만으로도 왠지 정말 사람을 병들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와중에 울산 간다...!! 아까 시선집중에서 영남지방을 중심으로 폭염주의보 내렸댔는데. 35도랬다 -_- 악악 아악
오늘 밤은 꼭 일찍 잘 작정이었는데. 날이 밝아버렸다.
2002년 당시 MBC 노조 탈퇴하겠다는 말로 3~4시간 동안의 설교 끝에 (무려) 버럭까지 들었다는 김주하 씨에 대한 맹렬한 시기심과, 옥션 개인정보 유출 사태-BBK와 에리카김-대운하 공약-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등등을 흘러오며 한정없이 흩어져있는 지나간 들을거리와, 홍세화 씨와의 대담이나 여러 강연 후기들로 촉발되는 내 속의 끝없는 흥미와 전망과 긍정적 에너지들.
이 분의 특성상 빙산의 일각을 보여줄 뿐인 간단한 구글링만으로도 막대한 읽을/들을 거리가 펑펑 퍼올려진다. 이 밤의 끝에(->검색 26페이지 쯤에서) 1년 전쯤의 미니 인터뷰 하나를 들을 수 있는 블로그 포스트에 가닿았다.
손석희의 시선집중듣다가 발견한것. (강냉이소녀님 댁)
――아이고, (꼴깍꼴깍) 오늘도 막판에 모에음성 아이템 하나 건지는구나/// 하고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직접 이렇게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이라는 질문과 지영 양의 성실한 대답.
그 때 두 사람이 주고받는 목소리, 그 언저리에서
차오르고 차오르던 뭔가가 투둑, 걷잡을 수 없이 건드려지는 느낌. 그리고는 숨이 갑자기 꺽꺽 막혀와서 눈물을 떨구며 오래오래 울었다.
그저 나와 같은 세상에서 이 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게 고마워서. 아니 소현과 수진 양도, 그 부모님들까지, 팥빙수 사먹은 동네 사람들, 미니 인터뷰에 섭외한 스태프 분들, 그런 모두들이.
살면서
설령 격하게 투쟁할지언정
마음은 거칠어지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