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an' :: 등록된 포스트 14건

  1. 2005/12/03  안녕, 오비다이아 (4)
  2. 2005/08/04  여행 다녀오겠습니다. (또) (12)
  3. 2005/08/03  옵이완을 향한 원정 -8- (7)
  4. 2005/08/01  GUYS AND DOLLS 리플릿 (5)
  5. 2005/07/31  come what may (3)
  6. 2005/07/30  옵이완을 향한 원정 -7- (6)
  7. 2005/07/29  옵이완을 향한 원정 -6-
  8. 2005/07/28  옵이완을 향한 원정 -5- (8)
  9. 2005/07/27  옵이완을 향한 원정 -4- (10)
  10. 2005/07/22  옵이완을 향한 원정 -3- (11)

안녕, 오비다이아


런던 시각으로 현재 12월 3일 오후 2시 반이 약간 넘었으니, 저쪽에서는 슬슬 그가 출연하는 GUYS AND DOLLS의 마지막 낮공연이 시작했겠군요. 스카이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겠네요. 네이슨이 Old Established 쯤 부르고 있으려나요.


아직껏 올리지 못했던 조각들. 스테이지 도어에서-

Jane Krakowski

Douglas Hodge

Jenna Russell

아쉬운 대로, 오기 직전에 스테이지 도어로 들어가는 어느 분께 부탁해서 전했던 카드.


당신을 볼 수 있어서, 죽을 만큼 좋았어요.

2005/12/03 23:59 2005/12/0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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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다녀오겠습니다. (또)


26일까지 몽골과 중국에 다녀옵니다. 가방 싸고 풀고 싸고 풀고 하다가 방학이 다 가네요. 복받은 줄 알고 열심히 보고듣고 다니다 오려고요. 자꾸 자기 블로그를 비우게 되는 게 좀 섭섭합니다.

10부까지는 쓰고 가려던 옵이 원정기는 대강 마무리하고 갑니다. 이제 남은 건 자잘하고 사소한 에피소드니 생략하거나 나중에 생각날 때 써봐도 상관없겠죠. 공연 감상 자체를 한 달 후에 갔다와서 올리면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좋지 않을 것 같아 부랴부랴 올렸습니다. 그 신성한(..) 경험을 써놓은 글이 엉망진창이라 죄송합니다. 뭐 저 없는 동안 깃쇼님이 공연 보러 다녀오실 테니 이쪽은 맛뵈기고; 그쪽을 기대해주세요~

참 깃쇼님! 리퀘 완수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걸립니다. 내용은 대강 생각해뒀는데 제대로 쓸 여유가 없었어요- (울음) 어차피 그리 재미있는 글도 아니었을 테지만 아무튼 돌아온 후를 기약하겠습니다. 설마 그 땐 이미 오비완 이야기 따위 아웃오브패션이라거나!? (...)

당장 몽골간다는 사람이 아침에 뛰어가서 영화 두 편 보고 왔습니다. <로봇>-<발리언트>.
<로봇>은, 어릴 때 극장에 가면 왜 항상 엄마가 졸았는지를 이해하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나이가 드니 철저한 애들용 애니가 이렇게 재미가 없어지는구나 싶었습니다; 어쩌면 이건 애들용 어른용의 차이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모든 것이 되다만 듯한 완성도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말해도- 재미없었습니다. 나중에는 이완 목소리가 나오는데도 졸았어요. 네가 엉터리 빠순인 거다=ㅁ= 하시면 할 말이 없지만 그 이완의 이름과 목소리도 그저 빌려썼을 뿐이라는 느낌. 연기하면서 재미없었을 것 같습니다. 목소리만 나와도 헤벌쭉할 수 있을 저한테 이랬다는 건 어지간히 재미없었던 겁니다. 딱 하나 스타워즈 개그가 있었는데 (오프닝에 짐 브로드벤트/제임스 얼 존스라는 이름이 뜨길래 (대사 스포일러: "The Force is strong with this one" <-이완 캐릭터보고 하는 말) 초기에는 좀 정신을 차리고 있었음) 물론 애들은 전혀 웃지 않았습니다. 저 혼자 웃었어요 -_-
<발리안트>는 유쾌한 영화였습니다. 흥미없어보이는 소재에 은근히 모에요소가 들어차있습니다. 게다가 목소리만이라지만 이완의 연기와 표정이 <로봇>보다 훨씬, 훨씬 풍부하게 들어가있습니다. 무지 귀여워요. 둘 중에 하나를 보신다면 발리안트에 몰표입니다. 졸면서 들어갔다가 <발리안트>보고 상큼해져서 떠납니다. 아니 이렇게 칭찬하긴 했지만 작품이 작품이니만큼 모두 마음을 비우고 봐주세요..;


무뇌스럽도록 이완 생각 밖에는 (다른 아무것도) 하지 않은 여름이었습니다. 좀... 큰일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몽골 여행가이드라고 롱웨이 라운드(!)를 넣어가는 미친 센스. (네가 오토바이 타고 가냐? 엉? 오토바이 타고 가냐?) 여행을 계기로라도 정신을 차려서 가을맞을 준비를 하고 돌아오렵니다. 다시 뵐 때까지 건강히들 계세요 ^^/
2005/08/04 14:11 2005/08/0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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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이완을 향한 원정 -8-

8. 두번째 관람과 이완 총평

피카딜리 극장에서는 아침 10시부터 한정된 수량의 당일 표를 팝니다. 환불되는 티켓과는 별도로요. 이 기회를 이용하면 처음부터 예매에서 제외된 A열의 좌석을 20파운드에 살 수가 있습니다. (본래 그 구역은 55파운드)

여행 계획 짤 때는 새벽 5시부터 일등으로 서있겠다고 큰소리 땅땅 쳤지만, 전날밤을 늦게까지 스테이지 도어 앞에서 보내고나니 피곤하기도 했고, 테러 때문에 평소보다 줄서는 사람이 적지 않을까 하는 예상으로 계획보다 많이 잤습니다. 공연을 일단 한 번 봤으니 마음을 좀 놓기도 했구요. 그래도 나름대로 7시에 일어나 고양이 세수만 하고 눈을 부비며 나갔습니다.

근데 이게 웬일입니까. 닫혀진 극장 앞에는 이미 줄이 좌악 서있습니다. 아니 앉아있습니다. 누워있기도 합니다 -_-;; 첫번째 온 사람들의 무리는 아예 길바닥에 이불(!)을 갖고와서 새벽을 지샌 모양이었습니다. 기가 질렸습니다 (...) 아니 글쎄 박스오피스 여는 시간은 10시라니까요? 세 시간 전에 온 것만 해도 꽤 일찍 온 편 아닌가요?! 저 사람들은 정말 새벽 4~5시부터 앉아있던 모양이었습니다.

제인에어 납치사건을 1/3정도 읽자 10시가 되었고 문이 열렸습니다. 제 앞에 사람이 많았지만 이 날은 다행히 낮/저녁 공연이 둘 다 있는 수요일이라 양 공연으로 사람수가 나뉘어서 제 앞에서 표가 동나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무지무지 좋은 자리를 획득했지요. A열의 18번!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고 약간 왼쪽으로 치우친 자리인데, 이완은 전체 공연에서 왼쪽에 자주 서있거든요.



바로 전날 보고 다음날 공연을 보는 것인데도 몇몇 군데에서 다른 점이 나타났습니다. 대개 관객의 반응에서 비롯되는 차이였습니다. 예를 들어 스카이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처음 본 공연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지만 두번째 공연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시간대의 차이인지, 관객석 성분의 비율이 달라졌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첫번째 공연에서의 반응이 훨씬 화사했습니다. 같은 대사에서도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낭자했지요. 아무래도 2시 반이라는 시간대는 무대나 스크린 같은 허구적인 공간에 마음을 완전히 주어버리기엔 '깨어있는' 시간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제게는 두번째 보는 것이니 느낌이 달랐지요. 이완을 제눈으로 보게 된 기적 같은 첫번째 공연에서는 이상하게 다른 관객들도 모두 흥분해있는 느낌이었어요. 둘째날의 반응은 무척 침착하고 '공연을 본다' 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 저처럼 이미 본 사람들일 리도 없을 텐데 말이에요. 참 신기했지요;

그런 반응에 맞추어 무대의 연기도 미묘하게 적응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소한 예로는 네이슨과 스카이의 '넥타이 색깔 맞추기' 장면이 생각나요. 첫날은 사람들이 하도 웃어서 스카이가 네이슨의 넥타이를 무지 오래 가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두번째 공연에서는 그만큼은 웃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가리다 얼른 모자를 내렸습니다. 연기의 변화라기보단 적응이라고 해야겠군요.; 일주일에 여덟 번 하는 공연에서 관객이 좀 덜 웃는다든지 더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연기가 흔들린다면 그것대로 곤란한 사태인걸요. 한 명의 관객으로서 공연이 흘러가는 것에 매료되어 즐길 수 있었던 건 첫번째 공연입니다. 처음이니 모든 것이 신선하고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두번째 날은 극이 흘러가는 강약을 파악했기 때문에 어디가 중요한지를 알고 골라보는 식이었고요.

첫날 앉은 자리는 L열 15열로, 그야말로 1층의 정중앙에서 약간 앞쪽이었습니다. 무대를 바라보았을 때 좌우의 대칭이라든가 각도가 공연의 기준처럼 딱딱 맞았어요. 시야에 방해되는 것도 없고. (이완의 모습은 좀 멀었지만) 이런 자리에 앉아서는 왠지 평론을 써야할 것 같았습니다.

그에 비해 두번째 공연 때 앉았던 A열의 18번은... 그저 환상적이었습니다. 그의 바로 발밑이었으니까요... 벌떡 일어나 손을 뻗으면 아무런 과장없이 닿을 수 있는 이완의 다리가 있었습니다. '녹회색'만으론 제대로 표현할 수 없어 늘 안타깝던 그 눈동자가 구슬처럼 바로 위에서 빛나고 있었고요. 정다운 이마의 큰뾰루지양과 작은 뾰루지군도 안녕히 있었습니다. 그게 보였다니까요...

오케스트라 석 바로 위에 무대가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이는 것보다도 무대가 훨씬 가까워요.

이완은 유독 땀을 많이 흘리더군요! 이건 그렇게까지 가깝지 않아도 L열에서도 이미 충분히 잘 보였습니다. 식은 비지땀 종류 말고 그냥 얼굴을 반질반질 도포해버리는 땀이었어요. 에구 닦아주고 싶어라(..) 조명에 자기 혼자 번쩍번쩍 빛납니다.

저는 이완의 가르마머리를 정말 좋아합니다. 입으로는 2:8이네 촌스럽네 놀려도 어디까지나 장난이지 진심으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흑발일 때든 브루넷일 때든 금발일 때든. 스카이는 정말 예쁜 가르마를 하고 있습니다. 리플릿에도 프로그램 책자에도 중절모를 벗은 모습이 나오지 않아 안타까워요. 모자를 써도 이쁘긴 하지만.

몇 주간 whatonstage.com의 토론란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았지만 이번 공연을 보고나서 이완의 노래 실력에 대해 태클을 거는 경우는 심심찮게 있었어도 그가 charming하다는 데 있어서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제기할 리가 있나요.^^

중요한 것은 노래와 연기인데-
이 사람이 언제 노래랑 연기 못하는 사람이었나? 별 걱정을 다하셔- 라고 넘길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영화가 아니라 뮤지컬이고, 스크린이 아니라 무대니까요. '무대에 설 실력도 되지 않으면서 단지 잘나가는 배우인 것만 믿고 출연한/출연시킨-' 이라는 혹평까지 들어야하는 사람은 결코 아니지만 분명히 그의 대사와 노래는 물랑루즈나 우리가 들어왔던 작품에서만큼 편안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평소와는 발성이 달라야하잖아요. 정말 다릅니다. 물론 들으면 흐뭇하죠, 누구 목소린데! ^^ 근데 공연 내내 자꾸 듣다보면 은근히 걱정이 돼요. 목을 혹사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정작 본인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듣는 사람이 살짝 불편하다면 최상의 상황은 아닌 거죠.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같은 부드러운 노래에서는 괜찮지만 [Luck be a Lady] 같이 반주가 크고 움직임도 많고 노래를 질러야하는, 한편 내용으로나 인물에게 있어서나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장면에서는 좀 불안합니다.

보면서 계속 그렇게 불안했냐고요? 이제 와서 어쨌네 저쨌네하지만 눈앞에 놓고 보면서는 그저 좋아죽었죠. 하바나에서 춤추는 건 또 얼마나 진지하고 귀여운데요. 너무 당연한 건 묻지맙시다!


(예고대로 뒷부분의 luck be a lady 관련 코멘트는 삭제했습니다)
2005/08/03 13:44 2005/08/0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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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YS AND DOLLS 리플릿

2005/08/01 03:36 2005/08/01 03:36

come what may

크리스띠앙은 저항할 수 없는 판타지다. 바즈 루어만의 영리한 허릿살을 꼬집어 비틀어버리고 싶다. 제가 쓴 가사도 막히는 양 머뭇거리던 이완이 고개를 들어 마주쳐주는 찰나의 진실이면 된다. 비밀 연애질이 아름다운 전부이자 핵심이다. 그가 환상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마다 미칠 것 같다.
2005/07/31 02:39 2005/07/31 02:39

옵이완을 향한 원정 -7-

7. 무대 출입구 앞에서 기다리기

공연이 끝난 뒤 부리나케 스테이지 도어를 향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끝나기를 기다려 모두 듣고 나왔더니 좀 늦은 편이었는지 이미 문 근처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읽었던 어느 독일 팬의 보고에서 'There were hundreds of people!!' 이라던 부분이 생각났어요. 물론 읽으면서 과장이라는 걸 감안했고 실제로 그것보단 당연히 적었지만 이 공연에 얼마나 메이저한 배우가 출연하고 있는지를 실감하기에는 지나칠만큼 충분했습니다. 모두 제각기 카메라나 캠코더를 대기해놓고 표나 프로그램, 사진 등에 사인받을 준비를 갖추어놓고 있습니다. 제 또래의 여성은 물론이고 수염난 아저씨나 초등학교 다닐만한 꼬마 아가씨도 있었어요. 각자의 기대감으로 수군수군 어수선한 현장은 긴장되었어요.
[게다가 제게는 깃쇼님이 준 미션도 있었지요 부담백배 ;ㅁ; 하지만 여기서 노래?!]
스테이지 도어의 모습
두 명의 양복입은 아저씨들이 문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철창살에는 이런↓ 공고가 붙어있었습니다 (맙소사)

"7월 7일의 테러로 인해 공공의 안전을 염려한 웨스트민스터 의회와 메트로폴리탄 경찰의 권고로 출연진은 공연 후에 사인 안 해줍니다. 실망했으면 미안하고 이해했으면 땡큐"

이해 못 했소!!!;;;
아니 누가 도시락 폭탄이라도 싸온답디까! =ㅁ= 테러랑 사인이 무슨 상관이야!
그러나 한편으론 '흥 사인만 안 받으면 된다는 거지? 달려가서 으스러지게 안아볼 테다' 라며 회피할 궁리를 짜고 있었...

공연이 10시 경에 끝나고 이십 분 쯤 지나자 뒷문으로부터 출연진들과 오케스트라 연주자, 스태프들이 하나씩 빠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은 가벼운 차림으로 집으로 향했고 일부는 왁자지껄 근처의 맥주집으로 몰려가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특히 주연급)이 나올 때마다 환호가 터졌지만 경비들의 눈이 시퍼렇고 분위기도 삼엄해 감히 접근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이완이 나오면 박치기를 해서라도 접근하고 말 거라고 다짐; (이제보니 나 같은 사람이 테러라는 거구나)

이 날 건진 유일한 배우 사진, 제인 크라코스키 양.

적색안 방지 플래쉬를 터뜨렸는데도 무서운 눈빛이 되어버렸네요. 씩씩하지만 애들레이드보다 조용하고 쿨한 모습으로 문을 빠져나갔습니다. 다들 감히 사인을 부탁하지는 못하고 소심하게 무리지어 집에 가는 그를 따라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미안하지만 저는 딴곳에 한눈팔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따라가지는 못하고 열심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삼십 분이 지나자 경비 아저씨는 친근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어차피 나와도 사인 안 해줍니다. 괜히 기다렸다가 실망하지 마시고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라고 경고했지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별로 개의치 않았습니다. 저도 여기서 이완을 만났다(심지어 공연을 놓치고도!)는 사람의 리뷰를 본 터라 그냥 뭉갰습니다.

하지만 그 날 이완은 정말 나오지 않았습니다. 12시가 조금 못 되어 안쪽 건물의 불이 꺼지고 모든 스태프들이 빠져나온 기미가 보이자 경비 아저씨는 가차없이 자물쇠를 걸어 문을 잠갔습니다.



이완은... 안에서 자기라도 하는 것일까요? 다른 출구가 있던 것이겠지요? 슬퍼지려 해서 건물을 포함해 블럭을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밤공기가 시원했어요. 하지만 딱히 나갈 만한 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일은 볼 수도 있겠지- 기회가 하루 더 남았기 때문에 너무 좌절하지 않는 않았습니다. 성의로 딱 1시까지만 기다려보다가 숙소로 돌아왔지요.

(꼐속)
2005/07/30 17:57 2005/07/3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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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이완을 향한 원정 -6-

 
6. [아가씨와 건달들 GUYS AND DOLLS] 7월 12일 제2막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파는 15분 간의 인터미션이 끝나갑니다. 가볍게 스트레칭- 자리에 앉았습니다.

1부의 테마들로 이루어진 프롤로그 연주가 끝나고 2막은 애들레이드 일당의 [Take Back Your Mink] 공연으로 시작합니다. 애인이 밍크 등등 값비싼 선물 공세를 하더니 결국 벗는; 걸 요구하더라, 난 그런 여자 아니다, 다 가져가! 라는 내용의 가사...를 노래하면서 한 겹 한 겹 벗는 아가씨들. 결국 아무것도 안 입은 상체를 천 한 장으로 아슬아슬하게 감싸며 노래가 끝나는데 긴장해서 침이 꼴깍 넘어갔습니다. 여성들의 가슴이 사실상 노출되거든요! 짐짓 조신함을 표방하는 가사와의 역설-;적 효과를 노린 나이트클럽 서비스라는 점이 눈에 보이니까 심각해할 필요는 없지만요, 기대..아니 예상하지 못했던 관객들의 경우라면 좀 아찔했을지도. (저 말이에요 'ㅁ') 가슴 노출쯤은 아무것도 아니려나요?

애들레이드의 공연이 끝나갈 무렵, 사라에게 방금 차인 스카이가 들어와 테이블에 앉습니다. 스카이로서는 이놈의 네이슨-_-을 찾아봐야겠지요. 그리고 오늘 밤 결혼할 수 없다는 소식을 네이슨으로부터 애들레이드에게 전해야하는 임무를 맡은 나이슬리가 들어와 곤란해합니다. 1막 이야기할 때 스카이에 집중하느라 언급하는 것을 잊었는데 사실 오늘 밤 애들레이드와 네이슨은 결혼하기로 되어있었답니다. 네이슨이 도박판 자리 마련하는 것만 목빠지게 기다리며 모여있던 건달들이, 현장을 덮치러 온 형사에게 자기네는 그저 네이슨의 결혼식 전날밤 총각파티를 준비하고 있을 뿐이라며 둘러댔기 때문입니다. 마침 근처를 지나가다가 멋도 모르고 말려든 애들레이드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정말로 다음 날 (드디어!)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있었지요.

즉 방금 공연은 애들레이드에게 결혼 전의 고별 공연이었지요. 묵은 웨딩드레스도 꺼내고 짐도 다 싸놨어요. 하지만 결혼 계획은 처음부터 거짓말이었기 때문에 가엾은 애들레이드에게는 다시 한 번 실망할 일만이 남아있었습니다. 나이슬리가 허겁지겁 네이슨의 말만 전해놓고 내빼고, 상심한 애들레이드는 스카이에게 하소연합니다. 위로해주면서도 스카이는 왜 여자는 남자를 바꾸려고만 드는 거냐고 언짢아하는데, 애들레이드는 어째서 남자는 그저 평범한 생활조차 해줄 수가 없느냐고 받아칩니다. [Adelaide's Lament reprise].

한편 사라는 스카이 일로 상처를 받아 아예 선교단을 떠날 마음을 먹고 있었지요. 같은 선교단에서 북을 치는 멤버이자 할아버지와도 같은 어비드는 사라가 진정한 사랑을 찾는 것이 자기의 제일 큰 소망이라며 [More I Cannot Wish You] 를 불러줍니다. (요점: 스카이를 잡아라)
그 때 스카이가 사무실에 나타나 죄인 한 다스 몰고오겠다는 자기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상기시켜주고, 사라가 됐다고 하자 쓸쓸히 나갑니다. 길에서 바로 나이슬리를 만난 스카이는 네이슨이 곤경에 처해있다는 소식을 듣고 어디있느냐고 묻지요. 걸어서 15분이라며 나이슬리는 맨홀 뚜껑을 엽니다. 네이슨 일당은 ...하수도 속에서 도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_-;;

장면이 바뀌어 한창 크랩스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 거대하게 이어진 하수도관의 원근을 나타낸 무대 배경이 근사합니다. 열댓명의 도박사들이 원으로 둘러서서 돈을 걸고 주사위를 던지고 있습니다. 설명적인 대사나 구질한 사실성을 빼고 맹렬하고 역동적인 몸짓만으로 표현한 [Crapshooter's Dance]는 그냥 춤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신나게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사실 주사위 도박은 물론이고, 포커도 잘 모르거든요. 그래서 춤 중간에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데 못 따라갔습니다. 눈치를 보니 누군가 돈을 딴 분위기던데, 게임이 재미있게 돌아가는 그 시점을 춤만 봐서 알아야 말이죠. (그냥 봐도 모르는데;;) 아무튼 이 사람들은 무단으로 이용하던 선교단 사무실에서도 쫓겨나 고심 끝에 아무 방해도 받지 않을 하수도 속에 도박판을 벌인 것입니다. 쯧쯧 도박 오타쿠들 (훗)

네이슨이 곤경에 빠져있던 건, 모처럼 원정 나온 시카고의 큰 손 빅쥴Big Jule이 뉴욕에서 뽕을 빼고 갈 생각인지 모든 도박꾼들을 재우지도 않고 가지도 못하게 하고 자기가 이길 때까지 줄창 게임을 시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빅쥴은 권총; 소지자라서 모두가 꼼짝 못하고 잡혀있었습니다. 게임이 자꾸 안 풀리자 마침내 빅쥴은 자리 펴주고 구경만 하고 있던 네이슨에게 시비를 걸며 자기 주사위로 게임을 겁니다. 빅쥴의 주사위란 여섯 면의 숫자가 다 지워진 데다 그 숫자를 빅쥴 자신만이 기억하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사위였습니다. 원래부터 확실히 이기는 게임이 아니면 나서지도 않는 네이슨인데 울며 겨자먹기로 당해줍니다.

이런 애먼 판이 벌어지고 있었을 때 뉴호프 오비 스카이 마스터...매스터슨이 사다리를 타고 하수관 안에 도착합니다. 그는 자기가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맞혀볼 힌트를 주겠다며 빅쥴을 때려눕힙니다. (어느쪽으로 때렸는지는 안타깝지만 기억나지 않습니다 ;_;) 모두가 환호- 스카이는 정신을 잃은 빅쥴의 권총을 압수해서 네이슨에게 건넵니다.
근데 모두를 구해준 스카이도 도박사들에게 별로 반갑지 않은 제안을 겁니다. 다같이 선교단 사무실로 가서 설교를 듣자는 겁니다 -_-;;; 솔직히 누가 갑니까? 거기 순순히 갈 사람들이면 하수도 안에서 이러고 있지도 않죠. 스카이가 하룻밤 데이트해주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호응도 가능성도 너무 없어서 포기하고 돌아가려던 스카이는 등돌리자마자 다시 크랩스판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가 반짝☆하고, 이번에는 내기로 제안을 바꿉니다. 주사위 게임을 해서 자기가 지면 여기 있는 사람들 전원에게 각자 1,000달러씩을 주겠다는 거예요. 대신 자기가 이기면 다같이 설교 들으러 가야한다는 겁니다. 어느 쪽이든 스카이 빼고는 정말 밑져야 본전이기 때문에 도박사들은 다들 바보라고 하면서 이에 응합니다. 스카이로서는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행운을 향해 레이디가 되어달라며 노래할 뿐이지요.

[Luck Be A Lady] 끝에 주사위가 던져지고, 스카이가 이깁니다. (당연해서 말할 필요도 없음. 그렇게 노래해준다면 제가 행운이라도 스카이 편들겠어요.) 하릴없는 건달들은 투덜투덜거리며 선교단 사무실로 향하게 되지요. 맨홀 뚜껑을 열고 나가던 네이슨은 하필 지나가던 애들레이드를 마주치... 올려다보게 됩니다. 애들레이드도 네이슨을 보고, 그 꼬라지에 화가 나서 네이슨을 떠나버리려 하지만 끝내 재채기와 함께 한결같은 사랑을 숨기지 못하고 그의 품에 안겨버리고 말지요. 하지만 네이슨이 잘못했다며 결혼하자고 하면서도 안절부절, 지금만은 안 된다, 설교 들으러 가야한다고 버벅거리자 지금까지 들은 변명구라 중에 제일 말도 안 된다며 버럭 폭발하고 맙니다. 네이슨은 [Sue Me] 를 부르며 애들레이드의 화를 달래려 합니다.

제가 영어가 짧아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저 노래([Sue Me])가 제대로 된 애인 달래기 노래 맞습니까?; 아니 지금 약혼자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느끼고 떠날 태세인데, 거기를 향해 "날 고소해, 날 고소해버려" 라고 하면 해결이 되나요? 처음에는 저는 "날 때려, 때려, 난 맞아도 싸" 식으로 이해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때리기"랑 "고소"는 다르단 말입니다. ("날 때려"도 별로 좋은 달래기 방법은 아닙니다;) Sue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니 '구혼하다'라는 고어로서의 의미도 있긴 있는데 "나한테 구혼해" 라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나름대로 부드럽고 로맨틱한 어조게 부르고는 있는데. 아무튼 제가 의미를 잘못 파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이해범위 내에서는 네이슨의 사고방식과 상황 대처요령이 참으로 형편없다고 생각하게 해주는 노래였습니다. -_-;

자정, 바야흐로 타임리밋을 맞은 사라의 선교단 사무실은 지점에 순찰나온 선교단장님의 손에 폐쇄당할 위기에 놓여있었습니다. 그 순간 시끌시끌 건들건들한 건달들이 쏟아져들어왔고요. 스카이는 네이슨에게 반장(..)을 시키면서 질서유지를 맡긴 후, 외면하는 사라를 향해 말없는 시선을 한 번 던지고는 밖으로 나갑니다.

사라만 빼고 선교단원 모두가 기뻐하며 고백과 회개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저는 이제까지 잘못을 많이 저질렀습니다, 반성끝" 등의 마지못한 도박꾼들의 반성이 이어지며 즐거운 분위기가 펼쳐집니다. 나이슬리-나이슬리 존슨의 [Sit Down, You're Rockin' the Boat] 으로 대동화합의 클라이막스! 이 장면은 정말 굉장하지요.
한편 네이슨으로부터 스카이가 '사라 하바나 데려가기' 내기에서 졌다며 1,000달러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라는 조용히 사무실을 뛰쳐나갑니다.

각자의 사연을 안고 상심한 채 뉴욕의 밤거리를 배회하던 두 여성. 사라와 애들레이드는 조간신문 꾸러미가 쌓여있는 캄캄한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납니다. 주저주저 서로 사랑의 고민과 아픔을 털어놓다가, 사라는 그만 스카이 생각에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T_T 상처받기에 보다 베테랑인 애들레이드가 사라를 위로해주지요. 두 사람 사이에서 뭔가 조금씩 격앙되는 감정과 충동; "이럴 바엔 차라리 그냥 확 결혼해버리자구욧!" 당장 결혼하고, 갱생시키는 건 차차 하자는 요지의 [Marry the Man Today] 가 두 사람의 생기를 되돌려놓습니다.

어느덧 장면은 바뀌어 다시 1막 처음과 같이 부산스러운 브로드웨이의 풍경입니다. 거리가 좀 정리되자 무대 가운데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애들레이드와 그의 들러리들이 들뜬 표정으로 입장합니다. 좋아서 으흐흐흐, 으흐흐흐흐- 웃는 애들레이드(...) 그러나 신랑이 없어요?!

위에 매달린 철근 구조물(?)로부터 뒤늦게 내려오는 노가다 모드 네이슨. 아직 결혼식 준비를 하지 못했다며 또 맥을 빼놓습니다. 그 순간 오른쪽에서 선교단원의 밴드가 언제나의 붉은 수트와 찬송가로 무장하고 등장합니다. 슬슬 지겨워질만큼 익숙한 패턴-? 그러나 맨 마지막에 북을 치며 등장한 사람은 언제나의 애버드가 아니라- 붉은 유니폼 입고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천당 불신지옥 인생은 주사위 도박이고 악마는 주사위 속에 있어요-" 라고 외치는 스카이 매스터슨입니다아악 (우왕; 미셔너리가 된 건 마음에 안 들지만 귀여워요 T_T)

결혼식에 곤란을 겪고있는 애들레이드 커플에게 애버드는 갓 매스터슨-사라 커플의 주례도 서주었다며 흔쾌히 결혼식장(선교단 사무실)과 주례를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사라가 "그렇게 하면 저와 오비다이아도 기쁠 거예요" 라고 공개해버리는 바람에 모두에게 오비다이아~~ 하고 놀림받는 스카...오비다이아. '오비완 눈은 다이아몬드'가 뜻풀이의 정석이지만 'Serves God' 이라는 뜻의 히브리어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있거든요 :)

시골에서 살림을 차리고 매일밤 함께 할 거라는 애들레이드의 말에 답하는 네이슨의 난처하고 커다란 재채기를 끝으로, 하트로 변한 커다란 보름달을 배경으로 네이슨, 애들레이드, 사라와 스카이가 하늘로 떠오르며 모두가 [GUYS AND DOLLS] 를 합창- 막이 내려갑니다. 모두가 행복한 건가? 내용과 캐릭터로 치자면 생각해볼 여지가 남은 것 같기도 하지만 당장 거대한 하트를 배경으로 빛나고 있는 이완과 그의 목소리, 아니 정확하게는 모두의 목소리- 는 그저 결말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공연인걸요 이건. 이 순간을 생각 따위;로 낭비할 여지는 없습니다. 열광하기에만도 짧은 시간만이 남아있는걸요.

(쓰고보니 좀 딱딱하면서도 엉성한 내용 열거처럼 되어버렸네요. 지금 상태가 좀 가라앉아있어서; 이완의 연기나 노래에 대해서는 간단한 두번째 관람 포스트에서 한 번 더 덧붙일 생각입니다.)

그 어느 순간보다도 피를 뜨겁게 끓게 하는 커튼콜이야말로 관객에게는 하나 남은 표현의 시간이자 분출의 기회지요. 의자에서 일어나 가슴이 뻐개지도록 박수를 치다가 그 얼굴을 보았을 때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커튼콜을 끝맺는 'The guy's only doing it for some doll-' 의 그 때 그의 얼굴은 이제 공연의 밖에 서서 스카이가 아닌 배우 이완으로서 스카이를 정리하는 얼굴이었거든요. 마음의 분장을 지운 얼굴이었거든요. 그는 관객 대부분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모를 리 없으면서도 그것을 바라는 것 같지는 않았고, 눈의 아름다운 빛깔과 투명함은 공연 중과 똑같았지만 스카이의 고전적인 젠틀함을 벗어버리고 또 한 번 수행된 자기 공연의 끝을 관찰할 수 있는 냉정을 찾은 눈이었어요. 땀으로 반들거리는 이마 아래서 그저 씨익 웃었다면 착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웃고 있었지만 한없이 달콤한 미소는 아니었지요.

바로 그런 얼굴을 직접 보고 싶었지.
충족되어 아팠습니다. 찌르르.
2005/07/29 04:13 2005/07/29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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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이완을 향한 원정 -5-

5. [GUYS AND DOLLS] 자료화면 편

공연 도중 사진촬영 금지로 어떤 시각적 이미지도 남겨올 수 없었던 것을 슬퍼하며- 아쉬운대로 5월 19일 첫 공연 현장을 담은 BBC영상을 소스로 한 YTN 뉴스 클립에서 몇 장면 캡쳐해봅니다.

스카이 매스터슨과 사라 브라운 투샷


하바나 나이트
땡기시는 스카이.
춤출 때는 영아담 버전
수트 입으니까 곰돌이 뱃살도 안 보인다


커튼 콜
커튼콜의 마지막 네 주연들
인사한다
커튼콜 끝의 진정한 피날레
"THE GUY'S ONLY DOING IT FOR SOME DOLL-!"
이 표정에서 어쩐지 '그래 이완이구나-' 싶었다.
2005/07/28 06:44 2005/07/28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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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이완을 향한 원정 -4-

4. [아가씨와 건달들 GUYS AND DOLLS] 7월 12일 제1막

┌ 중심인물 네 명 ┐

네이슨 디트로이트 Nathan Detroit- 도박꾼이라기보다 도박판 섭외꾼. 판만 깔아주고 자기는 좀처럼 나서지 않는다. 애들레이드와 약혼한 이래 14년 동안 결혼을 미루며 도박 사업에만 골몰하고 있지만 약혼자를 좋아하는 건 맞다. 하다하다 이제는 돈이 없어서 장소 섭외에 곤란을 겪고 있음.

애들레이드 Miss Adelaide- 나이트클럽 무대에서 노래와 춤을 공연한다. 14년 간 약혼자 네이슨과 결혼하는 날만 기다리다가 쌓인 스트레스로 만성 코감기에 걸려있다. 미워도미워도 네이슨만을 바라보는 순정의 아가씨.

스카이 매스터슨 Sky Masterson- 운 좋고 매너 좋은 잘 생긴 도박꾼. 깨끗하게 가르마 탄 금발 위에 얹혀진 중절모에서 간지가 좔좔(...) 흐른다. 빛나는 녹회색의 눈동자로 이성을 유혹하는 데 능통하나 독신주의자. sky-high하게 도박한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만큼 뼛속까지 도박꾼.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다.

사라 브라운 Sarah Brown- 브로드웨이에서 북치고 나팔불며 활동하는 선교단의 연설자. 끝까지 채운 윗도리 단추만큼 고지식한 여성으로 건달들이 미인이라고 아까워한다. 소리높여 주님을 부르짖지만 어떤 아가씨나 건달도 그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아 몹시 좌절중.



흥겹게 연주되는 프롤로그과 함께 막이 올라가면, 시끌벅적 경쾌한 뉴욕 브로드웨이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부산스러울만큼 다양하고 사기가 난무하며 익살스러운 모습들이 이어졌던 본래의 극본(≒영화 버전)과 달리 이번 공연의 인트로는 '아가씨와 건달들' 이라는 주제에 더욱 집중한 듯 짧고 간단하게 각색되었습니다.

무대 배경에 설치된 뉴욕의 스카이라인은 건물마다 크기를 달리해 총총 박힌 전구의 크기로 표현돼 있답니다. 예뻐요.

공연의 첫 노래. 네이슨의 꼬붕; 나이슬리와 베니를 포함한 세 사람의 도박꾼이 등장하여 각자 베팅할 경주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합니다. 노래 끝에 전도사 사라 브라운(스카이를 채갈 여자!) 일행이 선교용 찬송가를 부르며 등장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선교단은 풀이 죽어 퇴장합니다. 공연 보는데 뒤쪽에서 애들이 부시럭부시럭 과자 까먹어서 신경이 곤두섰습니다. 영국 어린이들은 안 그럴 줄 알았는데...흑흑 스카이 나올 때까지 그러면 너네들 죽는다;

도박판 임대료 1,000달러를 당장 구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던 네이슨과 동료들이 [Old Established]를 부르더니 스카이 매스터슨을 끌어들일 궁리를 합니다. 스카이는 도박에서 맨날 이기니까 부자거든요. 스카이를 등쳐먹을 생각으로 네이슨은 민디네 가게에서 치즈케이크가 더 많이 팔리는지 스트루들이 더 많이 팔리는지를 미리 조사합니다. 이걸로 천 달러 내기 걸어서 이기려고요.
...조금 있으면 스카이가 등장할 시간입니다. 두근두근, 이완이 정말 나오는 걸까요, 대역배우가 나오는 건 아닐까요...('chesse cake'나 'strudel' 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울렁울렁)



스카이 등장.

으아아아아 신이시여 THAT'S EWAN!

이완이야!!!! 이완이 맞아!!!!!


참지 못하고 사람들, 관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옵니다 (...님들하 이러심 안 되셈!;) 편애 분위기라는 것이 곤란하지만 내심 공명하는 감격의 눈물. 흑흑 T_T 건들건들 등장한 스카이. 아니 어찌된 인간이 건들거리면서 저리 해맑을꼬? 와락 껴안아주고 싶을만큼 사랑스럽습니다.

하지만 기절하지는 않았습니다 (장하다 오리!) 기쁨과 안도감에 몸을 한 번 떨고 다시 공연보기 모드가 되었지요. 왜냐하면... 믿기지 않아서요. Ewan McGregor- 그 사람이 내게서 채 15m도 안 되는 곳에 떨어져있다는데, 그게 설마 사실이겠어요? (...) 꿈일 거야, 저건 입체영상일 거야, 아니면 눈을 속이기 위한 이완의 복제품일 거야...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오랜 기간 화면과 종이 위에서만 접해오고 마음 속으로 너무 그리던 사람을 실제로 보게 되면 그 실체를 의심하게 되는 건가봐요... 게다가 무대와 관객석이라는 여전히 넘을 수 없는 선이 남아있으니까 확인하려고 직접 만져볼 수도 없고... 가깝고도 멀어 애가 타는 그 심정을 어떻게 표현할까요. 손을 뻗어보려는 욕망을 자제하기 위한 마지막 기제가 '의심'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한편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있는 공연의 힘 때문에- 그리고 같은 공연을 한 번 더 볼 기회가 남아있다는 내심의 위로 덕분에 이완의 팬으로만 쏠리려던 감정이 안정을 찾았습니다. 정신차려보니 네이슨이 스카이에게 내기를 걸고 있군요. 눈치빠른 스카이는 넘어가지 않고 도리어 네이슨 자신의 넥타이 색깔 맞추기로 내기를 바꾸고(이 장면 재밌어요 ^^), 이로 인해 언뜻 실패하는 듯 보였던 네이슨의 계획은 '사라 유혹하기' 내기로 옮겨가면서 스카이를 곤란에 빠뜨립니다. 그러나 제 눈에 네이슨의 계획 실패는 풍전등화...(엉?)...아니 명약관화였답니다. 세상에 어떤 여자가 이완스카이에게 안 넘어가나요? +_+ 네이슨 바보

내기가 걸린 스카이는 선교단 사무실에 방문해 이제까지의 죄를 회개한다는 명목으로 사라에게 작업을 겁니다. My heart is heavy with sin~ 하며 앙앙거리는 스카이 짱귀여워요 ;ㅁ; 능청능청. 40년대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이완은 다운위드러브의 캐처 블락 같은 말투를 씁니다. 하지만 캐처 블락이 얄미울 정도의 순도 100% 바람둥이라면 스카이에게는 좀더 따뜻하고 배려깊은 인간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직업상으로 번듯한 기자인 캐처보다 도박꾼인 스카이가 더 건전하고 덜 날라리스럽답니다. 이게 이완의 연기 때문이냐-면 조금 그런 면도 있습니다. 말론 브란도 씨의 스카이도 기본적으로 여자에게 부드럽고 능숙한 남자이긴 했지만요, 이완의 열렬한 노래에는 어쩔 수 없는 크리스띠앙스러움이 있는걸요.
각자의 이상형을 피력하던 [I'll know] 끝에 키스하는 사라와 스카이. 분위기 좋다 싶었지만 곧 뺨을 맞고마는 스카이, 차후에 오른쪽 뺨도 맞겠다며 사무실 밖을 나갑니다. 그의 귀여움에 쉽게 넘어가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사라의 리프라이즈. (퍽이나!)

한편 나이트클럽에서는 '애들레이드와 아이들'의 [Bushel and a Peck] 공연이 이어집니다. 노골적인 몸짓을 깜찍함과 새침함으로 부러 허술하게 가장한 4-50년대 풍의 에로로리 컨셉이 유쾌합니다. 노래하고 춤추는 제인 크라코스키는 애들레이드라는 배역에 무척 잘 어울려요. 역시 카메라는 실제보다 살쪄보이게 한다는 말이 맞는지 제가 아는 앨리맥빌의 일레인 양보다 훨씬 말랐더랍니다.

나이트클럽의 스타, 언뜻 헤퍼보이는 직업의 애들레이드지만 실제로는 네이슨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는 평범한 생활을 소망하고 있습니다.
물랑루즈의 새틴과 비슷한 직업이지만 성격은 무척 다른 여성이에요. 노래와 춤과 웃음을 팔며 만인의 연인처럼 굴어야하는 직업 속에서 사실은 사랑에 목말라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새틴은 그것을 부정하지요. 각자 부르는 노래 제목도 서로 주장이 다릅니다. 애들레이드는 [내 밍크 도로 가져가]를 부르는데 새틴은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베스트프렌드]를 불러요. 하지만 그 노래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쇼 일부이고, 그들의 내면을 담은 메시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노래처럼 사랑 같은 감정 따위 부질없다고 믿던 새틴은 결국 다이아몬드를 버리고 사랑에 폭 빠져버리니까요. 마찬가지로 세상을 알만큼 알면서도 애들레이드는 처음부터 사랑을 신뢰하고 언제나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새틴 쪽의 삶이 훨씬 비참하고 극적입니다. 그지없이 아껴주는 착한 청년을 만나 생의 마지막 단 몇 주을 함께 하는 새틴의 사랑 역시 그렇고요. 애들레이드의 사랑 이야기는 그보다 일상적이고 태평한 타입. 사람 좋지만 결혼을 자꾸 미루는 도박사를 만나 장장 14년을 끄는걸요; 결국 새틴의 이야기가 커튼 뒤에서 해피엔딩을 가장하고 영원히 이별로 끝날 때 애들레이드의 이야기는 유쾌한 결혼으로 막을 내리는군요.
어느 쪽이 좋으냐하면... 좋아해주는 이완을 만나 덥썩 결혼해 영원히 행복하게 사는 게 좋아요. :) (???)

...아무튼 이러저러해서 이번에도 도박 끊었다는 네이슨의 말이 구라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애들레이드는 홀로 남겨져 콧물을 훌쩍이며 한탄합니다. "A person can develop a cold-" 하는 부분에서 person을 거의 persode 로 들리게 하는 코막힘 연기가 제대로 되었습니다. 영화로 예습할 땐 그 발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는걸요.

한편 네이슨이 임파서블하다고 굳게 믿고있던 '사라 브라운 꼬셔 하바나 데려가기' 미션을 수행해버린 스카이. 회개하러 오는 죄인이 아무도 없어서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인 선교단 사무실로 고민하던 사라가, 자기랑 점심먹으러 쿠바; 가면 죄인을 한 다스 몰고오겠다는 스카이에게 넘어간 탓입니다. 하지만 스카이가 그런 꽁수 따위 쓰지 않았어도 나 같으면 당장 따라갔다 ....가 아니라(어머) 스카이는 워낙 매력적이니 쉽게 미션을 수행할 수 있었을 거라는 거죠.

두 사람이 뉴욕에서 함께 사라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네이슨이 거품물고 쓰러진 사이에 스카이와 사라는 하바나에서 낭만적인 시간을 보냅니다. 물론 처음에는 쿠바의 종교 유적지를 모조리 답사하려드는 사라의 의지가 있었지만요; 이내 스카이의 인도로 하바나의 잘나가는 바로 들어갑니다. 우유(..)를 주문하는 사라. 은근슬쩍 둘체 드 레체Dulce de Leche로 주문을 바꾼 스카이 덕에 사라는 속빈 야자열매 속에 든 맛있고 도수높은 둘체 드 레체를 맛있다고 몇 잔이나 원샷하고 취해버리게 됩니다.

런던에서 돌아오는 길로 당장 파리에서 사먹은 하겐다즈 버전 둘체 드 레체.


마침내 펼쳐지는 더티댄싱 하바나나이트- 춤추는 이완에게서는 색기가 피어오릅니다. 젠장 너무 예쁘구나 이 남자야 미모의 쿠바 아가씨(<-가장 부러운 캐스트)와의 열정적인 춤 끝에 키스당하는 스카이를 보고 질투에 불이 붙은 사라는 술김에 대판 싸움질을 벌이고 스카이와 까페에서 나옵니다.

하바나의 보름달 아래서 로맨틱한 밤을 보내는 스카이와 사라. 사라는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설렘과 애정을 표현한 [If I were a Bell] 을 부릅니다. 이 중에 "If I were a duck I'd quack~! 내가 오리라면 꽉꽉거릴 거예요"이라는 가사가 있어서 속으로 울며 꽉꽉꽉꽉을 부르짖었...
"If I were a salad I know I'd be splashing my dressing" 이라는 가사도 좋아요. 샐러드가 사랑에 빠져서 막 드레싱을 찰박찰박한다고 생각하면 히히 >_<

일상의 통제가 풀려버린 사라는 아예 뉴욕으로 돌아갈 생각도 안 하고 이렇게 밤을 지새고 싶어합니다. 하바나로 데리고 온 것이 네이슨과의 내기 때문이라는 것을 고백했는데도 전혀 신경 안 씀; 드디어 본능에 충실해져버렸구나 사라... 그런 사라를 도리어 스카이가 다독여; 집으로 돌아옵니다.

새벽 4시에 선교단 사무실 앞에 도착한 두 사람. 이 시간까지 깨어있은 적이 없다며 신비로워하는 사라에게 스카이는 [My Time of Day] 를 부르며 자신에게는 일상인 듯 말합니다. 모두가 잠든 동틀녘을 맞는 폐인의 기분을 스카이도 아는군요 :) 노래의 끝에 스카이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밝힌 적이 없다는 자신의 본명을 사라에게 가르쳐주게 됩니다. ...그 이름이 뭐게요.

OBEDIAH

오비다이아


오비OB-Ewan의 눈은 다이아몬드처럼 빛난다


오비다이아 매스터스으은~ (푸하하) 왜 대본에서는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 거냐! 그러나 그 심오한 뜻을 알리 없는 사라는 연애질에 열중할 뿐입니다. 여자를 많이 만나봤지만 이런 감정이 처음이라는 스카이는 스카이대로, 연애 경험 자체가 별로 없어보이는 사라는 사라대로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를 부르며 고조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그러나 사무실 안에 있으리라 믿었던 나머지 선교단원들이 밤새 지친 표정으로 길거리에서 돌아오고, 그 순간 어딘가에서 "짭쌔다아~"를 외치며 사무실 안으로 들이닥치는 두 남자, 그리고 사무실 안에서부터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도박꾼의 무리들. 스카이와의 내기에 져서 도박판 임대료 천 달러도 마련하지 못했겠다, 두 사람이 없는 사이 네이슨의 패거리는 사라의 사무실을 도박장으로 이용하고 만 것입니다.

자신을 유혹한 것이 내기도박 때문인 것까지는 용서하지만 단지 도박장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는 건 용납할 수 없었던 사라. 이 모든 것이 스카이의 계획이었다고 오해하고, 부정하는 스카이를 뒤로 한 채 차갑게 돌아서버립니다. 허탈하게 남겨진 스카이.


...아니 왜 써도써도 아직 1막이 끝났을 뿐이지요? ;;
2005/07/27 05:17 2005/07/27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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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이완을 향한 원정 -3-

3. 그를 만나는 곳 10m 전

제 눈으로 직접 [GUYS AND DOLLS] 간판이 붙은 극장을 보게 되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좋아서요(..) 이완이 요즘 매일 같이 출근해서 노래하고 춤추는 곳이 바로 이 건물이라니 굉장했습니다.


그럼 이 극장과 제 숙소 사이의 거리를 봅시다.

극장 바로 옆 건물의 노란 부분 보이시나요? 그게 바로 제가 묵었던 숙소의 입구랍니다. 꽈당 엎어지면 말그대로 코가 닿아요.
즉 피카딜리 백패커즈(호스텔)는 피카딜리 극장에서 하는 공연의 스토킹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ㅁ' 학교 근처 밤늦은 술자리에서 차끊길까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여유부릴 수 있는 자취생 및 기숙사생의 메리트조차 비교가 되질 않지요 음하하하하


[혹시나 이용하실 분을 위한 작은 안내↓]

안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작년에 다녀와서 이곳 사진을 찍어놓지 않았다는 걸 후회했는데(나름대로 추억이니까요) 다시 가게 된 김에 찍어왔습니다. 사실 여행 중의 숙소란 하루종일 지친 몸을 쉬이기도 바빠서 막상 들어오면 별로 사진 찍을 마음은 들지 않죠; 또 밤에 들어오면 같은 방에서 자고있거나 자기 할 일 하고있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도 더욱 삼가야할 일이고요. 이번에는 한낮에 체크인했더니 방 안의 모두가 나가있어서 그 사이에 살짝 찍었습니다.

제가 있던 곳은 2층침대가 두 대 놓인 4인용 침실입니다. 이래봬도 6인용이나 8인용보다 2파운드 비싸요 (으쓱으쓱;)

마침 리셉션룸을 수리중이라 4층의 전선이 다 나와있고 드릴로 구멍뚫고 페인트칠하고 각목이 놓여있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_-; 슬슬 끝나가고 있었으니 이제 가면 깨끗한 리셉션실에서 체크인/아웃하실 수 있을 거예요. 체크인하면 luggage룸에서 리넨 3장을 받아와 침대에 깝니다. (...잠깐, 이건 호스텔 안내서가 아니잖아 =ㅁ=)
죄송합니다 잠시 설명에 도취되었습니다;;;


복도와 엘리베이터에서 뜬금없이 만난 얼굴은
웬 더벅머리 올리? 작년에도 붙어있었는지 기억이 날 듯 말 듯한데 저런 광고에 바보 같은 표정하고 앉아있으니 아무튼 웃겼습니다. 사진이 흔들렸지만 분명 이완 옷 맨날 빌려입고 안 갖다주는 그 놈이 맞습니다.

여기는 아무나 앉아쉬는 커먼룸.
런던을 떠나기 직전 이 곳에서 이완에게 보내는 눈물의 카드를 썼습니다(...)

전혀 본론이 아닌 호스텔 안내는 이쯤하고.」



방에다 짐 풀고 밖에 나왔습니다. 7월 초에 긴급히 올렸던 글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저, <아가씨와 건달들> 표를 12일 같은 날로 두 장 샀습니다. 실수가 아니라 고의로...
인터넷에서 언제나 매진 상태이다가 갑자기 표가 풀려서 무조건 부랴부랴 예약(B열 7번)을 했더니, 세상에 제가 예약한 바로 다음에 진짜 좋은 자리(L열 15번)가 풀린 거예요. 어차피 저는 극장 앞에서 새벽에 줄 서면 싼값에 살 수 있는 제일 앞자리 표를 두번째날 구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이틀에 걸쳐 계속 A~B열에서 보는 건 그다지 좋은 경우가 아니었죠. (지금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완 보러 가시는 분이라면 그냥 다 A~B열에서 보세욧!!) 게다가 L열의 정가운뎃자리가 눈 앞에 있는데요. 그래서 그냥 중복 예약을 해버렸어요.

문제는 한 장 남은 표를 팔아야겠는데... 한국에서는 결국 팔지 못하고 갔습니다. 깃쇼언니가 브로드웨이 갔을 때 현장에서 직접 남는 표 팔아봤다는 경험을 믿고 저도 줄선 사람들에게 암표 팔기하기로 마음먹고 있었지요. (암표상은 원래 멀쩡한 공연표를 사두었다가 수요가 오를 때 비싸게 팔아먹는 짓인데 저는 좋은 자리를 정가보다 싸게 팔아먹을 작정이었으니까 좋은 암표상이에요!(...))

한데 의외로 일이 잘 풀렸습니다. 극장 매표구에서 일단 예약해둔 표 두 장을 찾고난 뒤, "오기로 한 친구가 안 와서(;) 표가 한 장 남는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혹시 환불할 수 있을까요." 하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원칙적으로 환불이 되지는 않지만 "자기들이 표를 맡아두었다가 공연 직전 표를 위해 줄선 사람들을 위해 매표구에서 대신해서 팔아줄 수는 있다" 고 하는 겁니다. 환불과 다른 점은 "표가 안 팔리는 경우에는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점이겠죠. 하지만 이 공연은 무시무시하게 매진되며 절찬리 상연중이었으므로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더 낮았습니다. 직원도 "보증은 못하지만 솔직히 거의 팔린다고 할 수 있다"고 귀띔해주었고요. 악센트가 멋진 친절한 직원이었습니다. 으으 T_T

표가 얼마나 잘 팔리냐하면, 공연이 7시 반인데 6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