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가씨와 건달들 GUYS AND DOLLS] 7월 12일 제1막
┌ 중심인물 네 명 ┐
네이슨 디트로이트 Nathan Detroit- 도박꾼이라기보다 도박판 섭외꾼. 판만 깔아주고 자기는 좀처럼 나서지 않는다. 애들레이드와 약혼한 이래 14년 동안 결혼을 미루며 도박 사업에만 골몰하고 있지만 약혼자를 좋아하는 건 맞다. 하다하다 이제는 돈이 없어서 장소 섭외에 곤란을 겪고 있음.
애들레이드 Miss Adelaide- 나이트클럽 무대에서 노래와 춤을 공연한다. 14년 간 약혼자 네이슨과 결혼하는 날만 기다리다가 쌓인 스트레스로 만성 코감기에 걸려있다. 미워도미워도 네이슨만을 바라보는 순정의 아가씨.
스카이 매스터슨 Sky Masterson- 운 좋고 매너 좋은 잘 생긴 도박꾼. 깨끗하게 가르마 탄 금발 위에 얹혀진 중절모에서 간지가 좔좔(...) 흐른다. 빛나는 녹회색의 눈동자로 이성을 유혹하는 데 능통하나 독신주의자. sky-high하게 도박한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만큼 뼛속까지 도박꾼.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다.
사라 브라운 Sarah Brown- 브로드웨이에서 북치고 나팔불며 활동하는 선교단의 연설자. 끝까지 채운 윗도리 단추만큼 고지식한 여성으로 건달들이 미인이라고 아까워한다. 소리높여 주님을 부르짖지만 어떤 아가씨나 건달도 그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아 몹시 좌절중.
흥겹게 연주되는 프롤로그과 함께 막이 올라가면, 시끌벅적 경쾌한 뉴욕 브로드웨이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부산스러울만큼 다양하고 사기가 난무하며 익살스러운 모습들이 이어졌던 본래의 극본(≒영화 버전)과 달리 이번 공연의 인트로는 '아가씨와 건달들' 이라는 주제에 더욱 집중한 듯 짧고 간단하게 각색되었습니다.
무대 배경에 설치된 뉴욕의 스카이라인은 건물마다 크기를 달리해 총총 박힌 전구의 크기로 표현돼 있답니다. 예뻐요.
공연의 첫 노래. 네이슨의 꼬붕; 나이슬리와 베니를 포함한 세 사람의 도박꾼이 등장하여 각자 베팅할 경주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합니다. 노래 끝에 전도사 사라 브라운(스카이를 채갈 여자!) 일행이 선교용 찬송가를 부르며 등장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선교단은 풀이 죽어 퇴장합니다. 공연 보는데 뒤쪽에서 애들이 부시럭부시럭 과자 까먹어서 신경이 곤두섰습니다. 영국 어린이들은 안 그럴 줄 알았는데...흑흑 스카이 나올 때까지 그러면 너네들 죽는다;
도박판 임대료 1,000달러를 당장 구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던 네이슨과 동료들이 [Old Established]를 부르더니 스카이 매스터슨을 끌어들일 궁리를 합니다. 스카이는 도박에서 맨날 이기니까 부자거든요. 스카이를 등쳐먹을 생각으로 네이슨은 민디네 가게에서 치즈케이크가 더 많이 팔리는지 스트루들이 더 많이 팔리는지를 미리 조사합니다. 이걸로 천 달러 내기 걸어서 이기려고요.
...조금 있으면 스카이가 등장할 시간입니다. 두근두근, 이완이 정말 나오는 걸까요, 대역배우가 나오는 건 아닐까요...('chesse cake'나 'strudel' 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울렁울렁)
스카이 등장.
으아아아아 신이시여 THAT'S EWAN!
이완이야!!!! 이완이 맞아!!!!!
참지 못하고 사람들, 관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옵니다 (...님들하 이러심 안 되셈!;) 편애 분위기라는 것이 곤란하지만 내심 공명하는 감격의 눈물. 흑흑 T_T 건들건들 등장한 스카이. 아니 어찌된 인간이 건들거리면서 저리 해맑을꼬? 와락 껴안아주고 싶을만큼 사랑스럽습니다.
하지만 기절하지는 않았습니다 (장하다 오리!) 기쁨과 안도감에 몸을 한 번 떨고 다시 공연보기 모드가 되었지요. 왜냐하면... 믿기지 않아서요. Ewan McGregor- 그 사람이 내게서 채 15m도 안 되는 곳에 떨어져있다는데, 그게 설마 사실이겠어요? (...) 꿈일 거야, 저건 입체영상일 거야, 아니면 눈을 속이기 위한 이완의 복제품일 거야...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오랜 기간 화면과 종이 위에서만 접해오고 마음 속으로 너무 그리던 사람을 실제로 보게 되면 그 실체를 의심하게 되는 건가봐요... 게다가 무대와 관객석이라는 여전히 넘을 수 없는 선이 남아있으니까 확인하려고 직접 만져볼 수도 없고... 가깝고도 멀어 애가 타는 그 심정을 어떻게 표현할까요. 손을 뻗어보려는 욕망을 자제하기 위한 마지막 기제가 '의심'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한편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있는 공연의 힘 때문에- 그리고 같은 공연을 한 번 더 볼 기회가 남아있다는 내심의 위로 덕분에 이완의 팬으로만 쏠리려던 감정이 안정을 찾았습니다. 정신차려보니 네이슨이 스카이에게 내기를 걸고 있군요. 눈치빠른 스카이는 넘어가지 않고 도리어 네이슨 자신의 넥타이 색깔 맞추기로 내기를 바꾸고(이 장면 재밌어요 ^^), 이로 인해 언뜻 실패하는 듯 보였던 네이슨의 계획은 '사라 유혹하기' 내기로 옮겨가면서 스카이를 곤란에 빠뜨립니다. 그러나 제 눈에 네이슨의 계획 실패는 풍전등화...(엉?)...아니 명약관화였답니다. 세상에 어떤 여자가
이완스카이에게 안 넘어가나요? +_+ 네이슨 바보
내기가 걸린 스카이는 선교단 사무실에 방문해 이제까지의 죄를 회개한다는 명목으로 사라에게 작업을 겁니다. My heart is heavy with sin~ 하며 앙앙거리는 스카이 짱귀여워요 ;ㅁ; 능청능청. 40년대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이완은 다운위드러브의 캐처 블락 같은 말투를 씁니다. 하지만 캐처 블락이 얄미울 정도의 순도 100% 바람둥이라면 스카이에게는 좀더 따뜻하고 배려깊은 인간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직업상으로 번듯한 기자인 캐처보다 도박꾼인 스카이가 더 건전하고 덜 날라리스럽답니다. 이게 이완의 연기 때문이냐-면 조금 그런 면도 있습니다. 말론 브란도 씨의 스카이도 기본적으로 여자에게 부드럽고 능숙한 남자이긴 했지만요, 이완의 열렬한 노래에는 어쩔 수 없는 크리스띠앙스러움이 있는걸요.
각자의 이상형을 피력하던 [I'll know] 끝에 키스하는 사라와 스카이. 분위기 좋다 싶었지만 곧 뺨을 맞고마는 스카이, 차후에 오른쪽 뺨도 맞겠다며 사무실 밖을 나갑니다. 그의 귀여움에 쉽게 넘어가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사라의 리프라이즈. (퍽이나!)
한편 나이트클럽에서는 '애들레이드와 아이들'의 [Bushel and a Peck] 공연이 이어집니다. 노골적인 몸짓을 깜찍함과 새침함으로 부러 허술하게 가장한 4-50년대 풍의
에로로리 컨셉이 유쾌합니다. 노래하고 춤추는 제인 크라코스키는 애들레이드라는 배역에 무척 잘 어울려요. 역시 카메라는 실제보다 살쪄보이게 한다는 말이 맞는지 제가 아는 앨리맥빌의 일레인 양보다 훨씬 말랐더랍니다.
나이트클럽의 스타, 언뜻 헤퍼보이는 직업의 애들레이드지만 실제로는 네이슨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는 평범한 생활을 소망하고 있습니다.
물랑루즈의 새틴과 비슷한 직업이지만 성격은 무척 다른 여성이에요. 노래와 춤과 웃음을 팔며 만인의 연인처럼 굴어야하는 직업 속에서 사실은 사랑에 목말라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새틴은 그것을 부정하지요. 각자 부르는 노래 제목도 서로 주장이 다릅니다. 애들레이드는 [내 밍크 도로 가져가]를 부르는데 새틴은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베스트프렌드]를 불러요. 하지만 그 노래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쇼 일부이고, 그들의 내면을 담은 메시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노래처럼 사랑 같은 감정 따위 부질없다고 믿던 새틴은 결국 다이아몬드를 버리고 사랑에 폭 빠져버리니까요. 마찬가지로 세상을 알만큼 알면서도 애들레이드는 처음부터 사랑을 신뢰하고 언제나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새틴 쪽의 삶이 훨씬 비참하고 극적입니다. 그지없이 아껴주는 착한 청년을 만나 생의 마지막 단 몇 주을 함께 하는 새틴의 사랑 역시 그렇고요. 애들레이드의 사랑 이야기는 그보다 일상적이고 태평한 타입. 사람 좋지만 결혼을 자꾸 미루는 도박사를 만나 장장 14년을 끄는걸요; 결국 새틴의 이야기가 커튼 뒤에서 해피엔딩을 가장하고 영원히 이별로 끝날 때 애들레이드의 이야기는 유쾌한 결혼으로 막을 내리는군요.
어느 쪽이 좋으냐하면... 좋아해주는 이완을 만나 덥썩 결혼해 영원히 행복하게 사는 게 좋아요. :) (???)
...아무튼 이러저러해서 이번에도 도박 끊었다는 네이슨의 말이 구라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애들레이드는 홀로 남겨져 콧물을 훌쩍이며 한탄합니다. "A person can develop a cold-" 하는 부분에서 person을 거의 persode 로 들리게 하는 코막힘 연기가 제대로 되었습니다. 영화로 예습할 땐 그 발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는걸요.
한편 네이슨이 임파서블하다고 굳게 믿고있던 '사라 브라운 꼬셔 하바나 데려가기' 미션을 수행해버린 스카이. 회개하러 오는 죄인이 아무도 없어서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인 선교단 사무실로 고민하던 사라가, 자기랑 점심먹으러 쿠바; 가면 죄인을 한 다스 몰고오겠다는 스카이에게 넘어간 탓입니다. 하지만 스카이가 그런 꽁수 따위 쓰지 않았어도
나 같으면 당장 따라갔다 ....가 아니라(어머) 스카이는 워낙 매력적이니 쉽게 미션을 수행할 수 있었을 거라는 거죠.
두 사람이 뉴욕에서 함께 사라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네이슨이 거품물고 쓰러진 사이에 스카이와 사라는 하바나에서 낭만적인 시간을 보냅니다. 물론 처음에는 쿠바의 종교 유적지를 모조리 답사하려드는 사라의 의지가 있었지만요; 이내 스카이의 인도로 하바나의 잘나가는 바로 들어갑니다. 우유(..)를 주문하는 사라. 은근슬쩍
둘체 드 레체Dulce de Leche로 주문을 바꾼 스카이 덕에 사라는 속빈 야자열매 속에 든 맛있고 도수높은 둘체 드 레체를 맛있다고 몇 잔이나 원샷하고 취해버리게 됩니다.
런던에서 돌아오는 길로 당장 파리에서 사먹은 하겐다즈 버전 둘체 드 레체.
마침내 펼쳐지는 더티댄싱 하바나나이트- 춤추는 이완에게서는 색기가 피어오릅니다.
젠장 너무 예쁘구나 이 남자야 미모의 쿠바 아가씨(<-가장 부러운 캐스트)와의 열정적인 춤 끝에 키스
당하는 스카이를 보고 질투에 불이 붙은 사라는 술김에 대판 싸움질을 벌이고 스카이와 까페에서 나옵니다.
하바나의 보름달 아래서 로맨틱한 밤을 보내는 스카이와 사라. 사라는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설렘과 애정을 표현한 [If I were a Bell] 을 부릅니다. 이 중에
"If I were a duck I'd quack~! 내가 오리라면 꽉꽉거릴 거예요"이라는 가사가 있어서 속으로 울며 꽉꽉꽉꽉을 부르짖었...
"If I were a salad I know I'd be splashing my dressing" 이라는 가사도 좋아요. 샐러드가 사랑에 빠져서 막 드레싱을 찰박찰박한다고 생각하면 히히 >_<
일상의 통제가 풀려버린 사라는 아예 뉴욕으로 돌아갈 생각도 안 하고 이렇게 밤을 지새고 싶어합니다. 하바나로 데리고 온 것이 네이슨과의 내기 때문이라는 것을 고백했는데도 전혀 신경 안 씀; 드디어 본능에 충실해져버렸구나 사라... 그런 사라를 도리어 스카이가 다독여; 집으로 돌아옵니다.
새벽 4시에 선교단 사무실 앞에 도착한 두 사람. 이 시간까지 깨어있은 적이 없다며 신비로워하는 사라에게 스카이는 [My Time of Day] 를 부르며 자신에게는 일상인 듯 말합니다. 모두가 잠든 동틀녘을 맞는 폐인의 기분을 스카이도 아는군요 :) 노래의 끝에 스카이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밝힌 적이 없다는 자신의 본명을 사라에게 가르쳐주게 됩니다. ...그 이름이 뭐게요.
OBEDIAH
오비다이아
오비OB-Ewan의 눈은 다이아몬드처럼 빛난다
오비다이아 매스터스으은~ (푸하하) 왜 대본에서는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 거냐! 그러나 그 심오한 뜻을 알리 없는 사라는 연애질에 열중할 뿐입니다. 여자를 많이 만나봤지만 이런 감정이 처음이라는 스카이는 스카이대로, 연애 경험 자체가 별로 없어보이는 사라는 사라대로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를 부르며 고조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그러나 사무실 안에 있으리라 믿었던 나머지 선교단원들이 밤새 지친 표정으로 길거리에서 돌아오고, 그 순간 어딘가에서 "짭쌔다아~"를 외치며 사무실 안으로 들이닥치는 두 남자, 그리고 사무실 안에서부터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도박꾼의 무리들. 스카이와의 내기에 져서 도박판 임대료 천 달러도 마련하지 못했겠다, 두 사람이 없는 사이 네이슨의 패거리는 사라의 사무실을 도박장으로 이용하고 만 것입니다.
자신을 유혹한 것이 내기도박 때문인 것까지는 용서하지만 단지 도박장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는 건 용납할 수 없었던 사라. 이 모든 것이 스카이의 계획이었다고 오해하고, 부정하는 스카이를 뒤로 한 채 차갑게 돌아서버립니다. 허탈하게 남겨진 스카이.
...아니 왜 써도써도 아직 1막이 끝났을 뿐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