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내용과 댓글을 보면 두달전 즈음에 있었던 논쟁에서 조금도 진척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성매매 합법화에 대해 대놓고 찬성하지 못하면서 우려하는 입장, 성매매 합법화와 성매매 자체를 사회악으로 규정하는 입장, 현실론을 근거로 성매매 합법화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합리적으로 이끌자는 입장 -끝장 토론이라도 해서 결정을 내자하는 입장 포함- 등등이 포스트 되었다.
하지만, 댓글들을 보면 성매매 금지나 처벌법 마련하고 단속하는 것에 대해 여러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성주의 진영 내의 남성중심적 성 문화에 반감을 갖고 이런 성문화를 개선하는 것, 성매매 척결, 성매매업 종사여성들에 대한 재사회화 등등을 통해 성매매 자체가 이뤄지지 않도록 근원적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에 대해 어떤 피해의식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이 피해의식은 한번 정도는 사창가를 기웃거렸을 남성들에게서만 나타나는 집단의식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법과 제도, 사회 등이 자신들에게 죄의식과 형벌을 부가하는 것에 대한 반감으로 보인다. 이런 반감은 여성주의자들과 동조자, 관련 법에 대해 비판과 비난을 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성매매가 인류문화사 속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있는 문화의 일부로서 어떤 제도를 강제적으로 시행한다고 없어질 것이 아니기에 대신 현실적으로 합법화하는 것을 모색하고 인권유린적 행위에 대해 엄정할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성매매 금지나 처벌규정은 현실적이지 못하며 주류 여성들의 허위의식과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류(?) 여성계의 성매매 접근법과 인식은 도덕적이고 보수적이고 계층적이고 반남성적 정서에 충실하다는 비판이 여성계 내부에서도 있는 것으로 안다. '성' 관련 이슈와 사회정치적 지위와 지분 확보에 대해서는 일심단결한다는 비판을 남성들과 다른 여성계 일원들이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이 문제를 두고 한국 사회에서 진행된 토론은 "성"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솔직한 대화없이 "성매매"라는 현상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은 여성대로 남성 중심적 성문화와 성정치에 억압된 기억과 경험에 의한 피해의식 속에서, 남성은 남성대로 기존의 성문화와 성정치에 대한 도전과 해체에 위기의식 속에서 "성매매" 문제를 바라보니 접촉점을 찾을 수 없는 것 같다.
"성 해방적 패러다임 전이" 내지 "성 헤게모니의 해체와 재구성"만이 대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벌어지는 논란은 사회적 진보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진통으로 성 헤게모니 각축전에 불과할 수 있겠다.보수주의자나 남성권위주의자들의 우려대로 급격한 변화나 혁명과 같은 것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에 엄살(?)은 그만부리고 기존의 인습적 태도와 인식을 바꾸도록 노력하여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입장에 대해 성실성을 보인다면 사회적 합의점 모색이 지금보다는 수월할 것이라 생각한다.
남성으로서 여성계에 주문하고 싶은 점은 인습적 성 정치의 허구성과 맹점을 밝히며 다양한 성의 목소리와 연대하는 전략적 지혜와 태도이다. 남성중심적 성 정치의 트라우마만 바라보고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해방되어지고 자유케 되어져서 당당해지는 모습을 남성들에게 보여주길 고대한다. 여성들의 성 해방은 남성들에게는 성에 대한 성찰과 치유와 화해, 해방으로 이어지도록 하도록 이끌 것이 분명하다. 단시일에 인습적 제도와 행동 양식들을 개선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남성들을 설득하여 지금의 것을 개선하는데 힘쓰는 동지들을 확보하는 전략적 지혜로서의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본다.
쓰다보니 말만 길어지고 별다른 해법은 없어서 난감하다. 당장 내가 제의하고 싶은 접근법은 성매매 기득권자들 커넥션을 와해시키는데 주력하며 성매매 커넥션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권익을 성매매 기득권으로부터 보호하며 성매매를 합법적 서비스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창조적으로 모색하는 것이다. 이 역시 현실성 없는 이상론이고 남성적 시각인가?
성에 대해 그 어떤 권력이 개입-통제하면서 생긴 문제는 그 '권력'의 핵심성에 정공으로 맞서는 수 밖에 없다. 그 정공이라는 것은 "정치"일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