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Liberalism and Fundamentalism | 묘한 인연. Beyond Liberalism and Fundament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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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인연.
逸想 or日常 | 2005/07/13 21:50

우연하게 알게 되어 이곳에 어학연수 올 수 있도록 학교도 알아보고 이런저런 조언을 했던 여성 한 분이 있다. 그녀는 2년 전에 한번 뵙고 지난 3월에 공항에서 나가 처음 뵌 분이었는데....다니시던 직장을 1년 휴직하고 이곳에 어학연수를 하러 오신다고 해서 무슨 사정이 있겠구나 하는 짐작을 했지만 더 이상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냥 아는 사람을 돕는 것이고 내가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었다.

학교에 등록하고 홈스테이를 하며 학교를 다니다가 친구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 집을 얻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로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있었다. - 내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 분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사는 지인들에게 그 분을 부탁했었다 -

그러다가 어제 친구에게 전화 한 통 받았다. 그 분에게 손님이 한 분 오시는데 나보고 대신 공항에 나가서 픽업을 해 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 분이나 자신이나 모두 공항에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나보고 나가라는 것이었다.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그러겠다고 대답했지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 아는 분이 없다고 했는데...

그러다가 오늘 낮에 전화가 다시 왔다. 항공편과 도착 시간, 오시는 분 성함을 알려 주었다. 어떤 일로 그 분에게 손님이 다 오시냐고 물었더니 손님이 아니라고 친구가 말했다. 당사자가 오늘 출산을 했단다. 나는 깜짝 놀랐다. 출산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당시에 뵈었을 때 임신한 여성으로 보이지 않았는데... 조금 피곤해 보이는 얼굴 (2년 전 처음 뵈었을 때보다 조금 더 나이들어 보이고 살이 조금 쪘다는 느낌 외에는 없었다.)뿐이었다.

친구는 그 분에게 오는 손님이 한달동안 산모와 아이를 돌볼 도우미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전문으로 갓 태어난 아이와 산모를 돌보는 기관과 연결되어 있는 전문 도우미를 내가 픽업하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고나서 기분이 조금 이상해졌다. 전에 조금 복잡한 사정이 있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기회가 있으면 하겠다고 했었는데...갑자기 그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그 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 졌다.

안정되고 좋은 직장을 다니며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전문직 독신 여성이었던 그녀가 임신을 해서 미국까지 와 홀로 출산을 했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괜히 부아가 났다.

나는 전문직 독신 여성이 홀로 출산한 예를 한국에서도 한 차례 지켜봤었고 가까이 잘 알고 지내던 누나와 후배가 낙태를 했을 때 도왔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 지 독신 여성의 임신이나 출산, 나아가 낙태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이렇듯이 그렇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위의 몇 가지 경험은 내가 모두 전문 종교인으로서 훈련을 받고 진로를 준비하고 있었을 때 겪었던 일들이었다. 그리고 여성주의에 관심을 갖고 세미나를 듣고 몇 몇 기관에 가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시기여서 개인적으로 힘든 경험이었다. 낙태 문제만큼은 정말 보수적이었기 때문에 죄의식에 사로 잡혀서 한동안 괴로웠다.

지금 임신과 출산, 그리고 낙태에 관한 내 입장은 그 당시 입장과 많이 달라졌다. 여성의 입장과 선택, 즉 여성의 주체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도적 장치로서의 보건복지 지원, 법적으로 모성 보호 등등이 선행되지 않는 한 여성의 불가피한 선택으로서의 낙태는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결정과 선택은 정말 신중해야 하고 여러 차례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임신한 당사자 여성이 처한 현실과 입장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한 여성이 먼 타국까지 와서 홀로 출산을 했다. 그리고 간병인을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임금을 주기로 하고 부탁했다. 나는 그 간병인을 픽업하러 금요일에 공항에 나갈 것이다.

오늘 이야기가 7년 전 기억과 오버랩되는 순간에 기분이 묘해진다. 그냥 슬프다. 홀로 출산을 했을 그녀가 괜히 불쌍하고 여러 차례 낙태했던 그 누나가 불쌍하고 그것을 종용했거나 도운 사람들이 불쌍하고 출생하지 못한 잠재적 생명이 불쌍하다.

맥주 한 잔이라도 마셔야 할 것 같다. 오늘따라 내 방이 왜 이리 더운 거냐...



Mokshada Sall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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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코 2005/07/14 00:41 R X
슬프군요.정말..........
성에 대한 교육이 좀 더 철저하게 되어야할텐데요... 에혀..
Mokshada 2005/07/14 04:49 R X
교육도 교육이지만..ㅜㅜ 성 주체성을 확립하는 것이...중요.(교육으로 가능한가요?)
글고.. 남자들이 문제예요. 남자들이 더 교육이 필요해요.
하여간..
복잡한 사연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ㅜㅜ
개코 2005/07/14 11:07 R X
어쩌면 그렇게 무지한지..(과거의 나를 포함해서..)
암튼... 여자나 남자나...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눈...
Mokshada 2005/07/14 15:01 R X
아직 출산을 안했다는군요. 개코님..ㅜㅜ.
어제가 예정일이었는데 오늘까지도...
지금 유도분만을 한다고 들었네요.
초산치고는 노산이라서....
(오늘 친구 부인하고 함께 미역국 끓여서 가기로 했답니다.)
Mokshada 2005/07/14 17:45 R X
오후 2시에 아이가 태어났다.
미역국을 들고 지금 갈 참이다.
보면 무슨 말을 해야하지?
난감하다.
아이에게 복을 기원하는 말들만 잔뜩 해야겠다.
기원한 복대로 아이가 잘 자라길..
숨쉬다 2005/07/15 08:25 R X
흠....마음이 아프네요.
그래도 아이는 참 이쁘겠지요?아니, 아직은 뻘겋고 쭈글쭈글해서...ㅎㅎ...그래도 이쁠거에요.
아참, 산모는 괜찮으신가요?
Mokshada 2005/07/15 10:15 R X
산모는 건강합니다.
아이는 생각외로 피부가 탱탱하고 하얗더라고요. 목욕을 잘 시킨 모양입니다.
전에도 태어난지 얼마 안된 아이를 보러 갔었을 때도 그랬던 것 같아요.
개코 2005/07/15 21:52 R X
건강하게 태어났다니 다행이어요!!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쑥쑥 잘 자라길!!!
바다보기 2005/07/15 22:39 R X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났다니 반갑습니다.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하면 조금 우울해지지만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아기야 건강히 잘 자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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