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총리가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을 보면서 조소감과 함께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한다. 블레어의 테러와의 전쟁 선포는 부시의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 2부격에 불과한 것으로 이슬람 사회 내 테러주의 세력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영국을 시작으로 프랑스, 독일으로 유사 테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슬람 민족주의와 종교적 근본주의에 교묘하게 의식화 현 테러세력의 준동은 유럽연합에 가입한 나라들을 향한 것으로 유럽-기독교 문명을 향한 막연한 혐오와 증오의 표현이며 활동이라 생각한다.
나아가 미국과 영국, 그리고 유럽을 향한 이슬람 테러주의는 "문명의 충돌" 아니라 "부에 대한 탐욕과 분배"에 관한 것이며 유럽인들의 "이슬람 세계"에 대한 편견과 오해, 폄하와 차별에 기인한 피해의식의 산물일 것이다.
10여년 즈음에 독일의 국제정치학자는 "문명의 충돌" 대신 "문명의 공존"을 주장하며 유럽인들의 이슬람에 대한 패러다임 전이를 촉구한 적 있다. 아쉽게도 그의 목소리와 시각은 국제정치계에서 공감을 얻지 못한 모양이다.
한편으로, 지난 2-30년 동안 유럽 기독교계 지도자들과 신학자들을 중심으로 이슬람 세계를 향한 편견과 오해, 독단적 행위들에 대해 반성과 성찰이 이어지면서 종교간의 평화와 공존을 향한 여러 노력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력들은 현실적인 국제정치계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없이 테러주의와 반테러주의의 대결 속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잡설이 길어지려 한다. 이 즈음에서 개인소회를 마무리 지어야 하겠다. 지난 20일 BBC 라디오4 방송에서 영국의 진보적 정치인이며 현 런던 시장인 켄 리빙스턴 시장이 미ㆍ영의 위선적 중동정책 때문에 런던테러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한 것에 100% 동의한다. 하지만 그 위선적 중동정책을 바꾼다고 오늘날 영국과 유럽을 위협하는 이슬람 테러주의를 종식시킬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동시에 타종교와 그에 기반한 문명사회에 대한 편견과 왜곡을 시정하는 인식적 노력과 그들과 공존하며 합리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것을 통해서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유럽 공동체가 "이슬람 문명"을 폄하하는 태도와 인식을 바꾸어 "이슬람 사회와 그 지역"을 유럽인들의 시각과 입장에서 다루려는 모든 방식을 포기하는 변화를 보일 때 이슬람 공동체도 변화할 것이다. 남이 변하기를 바라기 이전에 자신이 먼저 변하는 것이 더 빠르다는 경구를 되뇌어 보는 것이 지혜로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