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전날인 일요일은 늦은 시간까지 소프트볼 연습을 해서 녹초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얼굴을 비롯해서 목, 팔등 곳곳이 검게 그을렸다. 피곤했든 지 마침 걸려온 몇 몇 반가운 전화를 받고도 짜증이 섞인 목소리을 내면서 퉁명스럽게 받다가 끊었다. 그런 내 모습에 짜증도 나고 그저 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침대에 누었지만 수 십분을 뒤척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지 생일인 당일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고 해가 중천에 떠올랐는데도 침대에서 바둥바둥 거리고 있었다. 옆 집 사는 친구가 이사하는 날인데....도와주기로 약속을 하고도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이 마냥 싫고 귀찮았다. 다행스럽게도 마침 예약한 이삿짐 트럭이 약속한 시간까지 구해지지 않아서 이사는 11시가 넘어서야 시작했다.
친구는 학교 아파트에 살아서 가구를 사지않아서 생활용품과 책들, 옷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었다. 부부의 짐보다는 애들 짐들이 많았다. 친구는 이사간 동네에서 중고가구들을 구할 생각이라고 그랬다.
하여간 3시 30분 경에 이사갈 동네를 향해 출발했다. 거의 2시간 40분을 가야했다. 180마일 (70마일이 110 Km 정도하니까 250 Km 정도)을 갔는데 오랜만에 그렇게 운전하니 지겨웠다. 이사간 집에 도착하니 기다리는 마중 나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과 함께 이삿짐을 집안으로 옮기니 일은 생각보다 금새 끝났다.
집은 방이 세 개, 지하실에는 두 개의 방과 창고가 하나 있었다. 발코니 두 개를 거쳐 나가니 뒤뜰이 있었는데 파티를 해도 될 충분한 공간이었다. 그거 보는 순간 부러웠다.
'쌍둥이와 친구 부인만 신이 났구만...'
이 자리 내가 신청해서 얻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그때 차만 있었더라면 인터뷰하러 와서 자리도 얻고 집도 얻었을 것이다. 그랬으면 하숙이라도 치면서 하숙비도 받을 수 있었을 것인데...대략 아깝다.
동네 아줌마가 맛있는 닭 스프 (닭죽이라고 해야하나?)와 손수 만든 빵, 버터, 잼 등등을 가져와서 그것으로 저녁 끼니로 삼았다. 정말 맛있었다.
7시 40분 즈음에 집을 향했다. 돌아오는 내내 생일에 이게 뭐하는 꼴이냐 하는 생각을 했다. 도와준 것은 즐겁고 의미있는 일이었지만 괜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심야극장이라도 갈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너무 피곤했다.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생일인데... 집에 전화라도 할까 하다가 말았다. 친구에게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게 귀찮았으니까...이럴 때는 정말 살기 귀찮아...
배가 고파서 만들어 놓은 미역국을 데워서 밥을 말고 김치을 넣어 입에 붓듯이 밥과 미역국을 쑤셔 넣었다. 그 즈음에 전화가 왔다. 반갑기도 하고 귀찮기도 했다.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전화 통화를 짧게 하고 그냥 자기로 했다.
일찍 일어나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아주머니를 공항까지 모셔다 드려야하기 때문에...자면서 투덜거렸다.
'생일에 이게 뭐냐...뭐냐고...제길....
내년엔 생일을 함께 보낼 사람이라도 구해야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