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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5   미스터 슈미트는 행복할까?


미스터 슈미트는 행복할까?
예술/영화/사진 | 2006/05/05 18:03
이 영화 꽤나 유명했었지....아닌가? 뭐 아님 말구.....
하여간 내 관심을 끈 영화였지...아마도....?
그런데 개봉한 지 꽤 지났고 dvd도 나오고 비디오 테입으로도 나왔지만 못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말이지 우연히 보게 되었지 뭔가?
내가 꽤 오랫동안 가입되어 있는 사이트에서 영화보기 서비스를 하고 있어서 그냥 봤지.....

그 영화 보고나서 미스터 슈미트씨는 9년 이내에 사망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내가 접한 짧은 노년학 지식으로 말이다. 아마도 그건 이미 상식에 속할 것이다.
홀애비가 독거 노인으로 사는 것은 한 아이가 어머니 없이 세상에 던져진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니 말이다.

미스터 슈미트씨를 연기한 잭 니콜슨 아저씨는 역시나 베테랑 연기자였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뭐랄까 판에 박힌 연기라고 해야하는 것을 느낄 때말이다. 어쩌면 내가 그의 연기를 꽤 많이 봐서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전성기 시절에 출연한 영화를 보면 꽤나 대단한 포스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보다. 어바웃 슈미트를 연기해 낼 수 있는 배우가 몇 이나 될까 하는 생각 하나만으로 위안을 삼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곳들과 지명들이 내게 많이 익숙해서 일단 좋았다. 집 모양새도 그렇고 도시 풍경이나 고속도로 모습이나.....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미국에 떨어져서 처음 9개월을 네브라스카 주에서 살았다. 오마하에서는 2시간 40여분 떨어진 작은 도시에 살았지....인구가 3만여명도 안되는 도시라지..아마도? 제일 큰 건물이 월 마트였으니까......미스터 슈미트씨가 고향이라며 방문한 마을은 내가 살던 도시에서 지방고속도로로 30분만 가면 있는 작은 마을이었고....내가 다닌 학교 직원 중에 그 작은 마을에서 온 사람이 있는데 내가 그곳을 안다니까 정말 반가워 했다. 고향 사람을 만난 듯이 말이다. 나는 명예 네브라스카 주민이니 자격이 있겠다. 주지사 서명이 있는 명예 주민증을 아직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미국 시민이나 영주 거주인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가 끄트머리 부분에 나오는 I-80 고속도로 경유지에서 볼 수 있는 아치 건물은 네브라스카에서 꽤 유명한 건물이다. 그곳에 가면 서부 개척 시대의 모습을 중심으로 어제와 오늘의 생활상을 잘 알 볼 수 있다. 일종의 민속촌인 셈이다. 난 그곳을 방문하는 것을 좋아했다. 귀에 헤드셋을 쓰고 방을 옮길 때마다 성우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실제 상황을 목격하는 듯한 착각을 하도록 정말 재미나게 설명한다.

영화 속에서 미스터 슈미트씨가 방문했던 곳을 나도 모두 가봐서 그런지 몰라도 영화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드라마틱하거나 클라이막스로 이끄는 그런 사건이 없었지만 그래도 간간히 나오는 유머는 영화의 재미를 놓치지 않게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았고.....

그나저나 영화 이야기를 짧게 해 보자.
은퇴한 한 남성이 수 개월 사이에 겪는 여러 모습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은퇴한 사람들이 소일꺼리를 금새 찾지 못하거나 말년의 의미를 찾아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으면 노화가 금새 이뤄지는 편이고 은퇴 후 일년이 제일 어려운 시기라고 한다. 그런 그에게 설상가상으로 42년을 함께 한 아내가 뇌졸증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게다가 20여년 전에 친한 친구와 바람도 피웠다는 사실도 알고 말이다. 허무와 허탈이 분노로 바뀌는 지점이다. 사실 이 분노는 미스터 슈미트에게 그리 나쁘지 않다. 그 분노는 엉뚱한 일을 시작하고 포기와 낙심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했으니까 말이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RV를 끌고 여행할 생각을 하고 결혼을 앞 둔 딸과 예비 사위 사이를 갈라놓을 계획으로 들뜨고 자신의 인생 속에서 의미있던 순간이 있던 곳을 방문하는 일 등등은 그를 의욕적인 삶으로 이끌었다. 그 큰 집에서 혼자 쓸쓸이 지내며 온집안을 쓰레기 집으로 방치하는 일보다는 확실히 좋은, 무척 긍정적인 일들이 그의 앞에 펼쳐졌다. Enjoy your life!!

어쨋든 우여곡절 속에 결전의 장소 Denver에 도착했다. 하지만 모든 계획이 작정한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만치 않은 입심과 강력함을 전달하는 사돈 양반과 한 집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나 사돈네 가족들과의 저녁식사, 딸을 설득해서 결혼을 취소하려는 것 등이나 뭐 제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게다가 결혼식 리허설이 있는 날에 그 이상한 물침대에 잔 덕분으로 목이 결리고 말이다. 강력한 진통제를 먹고 리허설에 참여한 미스터 슈미트를 보라. 정말 그런 코미디를 오랜만에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게다가 뜨거운 욕조 속에서 벌어진 사돈 양반과의 해프닝은 정말 이 영화가 마지막으로 선사하는 재미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의 마지막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결혼식은 예정대로 열렸다. 그리고 리셉션도 그대로 진행되었고...... 여기서 미스터 슈미트는 마지막으로 갈등했다. 이 결혼식을 망쳐놓을 것인가 아니면 사랑하는 딸의 아름다운 새출발을 축하할 것인가 말이다. 그도 어느 아버지와 마음이 똑같았나 보다. 결국 딸의 결혼식을 축복하고 발길을 돌려 네브라스카의 오마하로 돌아온다. 그리고 밀린 우편물을 들고 서재에 앉는다. 자신이 후원하는 탄자니아의 은두구에게서 온 편지를 읽는다. 그 편지는 그 아이가 쓴 것이 아니라 그를 돌보는 수녀에게서 온 편지였다. 그가 그동안 보낸 편지 속 이야기를 듣고 그 6살 아이는 그에게 그림 한장을 그려 보낸다.

한 아이와 한 어른이 손을 잡고 있는 소박한 그림 한장.....
그것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미스터 슈미트씨는 울먹이다가 결국 울고만다.
나도 그 지점에서 뭉클했다. 말로 어떻게 표현하거나 설명할 길 없는 그런 것을 느꼈다.
미스터 슈미트가 느꼈을 것과 내가 느꼈던 것은 아마도 비슷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일상으로 복귀한 미스터 슈미트에게 이제 어떤 일이 펼쳐질까?
영화는 그 지점에서 끝을 맺는다.
그는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까? 아니면 이전과 같이 그냥 늙어가다가 인생을 마감할까?

글을 쓰다보니 미스터 슈미트는 이전의 생활로 복귀하지 않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9년을 더 살 것이고 족히 20년은 재미나게 삶을 즐길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가 받은 편지 한 장 속 그림이 그에게 삶의 새 의미를 부여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덧말]
우연한 사건이 삶을 우연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 같다.
매 순간마다 하는 선택과 결정은 정말 다른 길과 상황을 만든다.

그 우연함은 예정된 것일까? 아니면 정말 우연이었을까?

영화 속에 꽤 괜찮은 대사가 나왔는데 글 쓰는 동안 잊어버렸다
.


[덧말 2]
실속없고 엉뚱한 일에 빠지기 쉬운 순박한 남자와 결혼을 한 슈미트씨의 딸은 행복할까?
어떤 이는슈미트씨의  딸의 예고된 불행 때문에 답답하다고 했다.
슈미트씨의 사돈이 한 말대로 그들은 정말 찰떡 궁합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대로 행복한 삶을 추구하며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기대대로라면 슈미트씨는 새로운 삶을 찾아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이 글을 이곳에 옮기면서 그는 아내가 죽은 이후에
살았던 그런 일상으로 복귀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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