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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6   동화같은 섬진강 아이들 이야기


동화같은 섬진강 아이들 이야기
깨달음과 나눔 | 2008/02/26 11:37
"꽃은 예쁘다.
들꽃도 예쁘다.
이 꽃 저 꽃 저 꽃 이 꽃도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 섬진강 아이가 쓴 시 -


어느새 어른이 되어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동심"은 사치일 수 있겠다. 똑똑하고 영리하여서 무엇이든 잘 해야 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동심"이라는 것을 기대하는 것 역시 부질없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말이 아닌 외국어를 잘 하고 어른스런 말을 하며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길 바라는 어른들의 기대 속에서 성취와 경쟁의 장에 일찍 내몰린 아이들을 바라 보면서 측은한 마음까지 든다. 만약 요즘 아이들에게 "아이다움"을 바란다면 당장 아이들의 부모로부터 '우리 아이는 달라요'라는 소리를 들을 것만 같은 걱정이 든다.

"설 기획: 엄마야 강변살자. 섬진강 아이들, 1년간의 기록"을 보고 이런 걱정이 쓸데없는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라고 자위하며 아름다운 영상과 이야기에 감동했다. 어느 작가가 있을 법한 이야기로 재구성했을 이야기, 즉 동화같은 이야기가 전혀 꾸밈이 없는 섬진강 아이들의 생활을 담은 영상에서 잔잔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 그저 놀랍고 신기했다. 가공이 되지 않은 천연 상태의 원석들이 보석으로 가공되어 빛나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섬진강 아이들과 가족, 학교, 자연, 시와 그림, 노래가 어울린 꾸며낸 듯한 영상은 요즘 본 것 중 단연 으뜸이다.

어린이들의 생각과 눈으로, 손과 발을 통해, 그들의 모든 감각으로 느껴 표현한 생각과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들이 펼쳐 낸 그 아름다움이 진정 아름다운 이유는 그 안에 슬픔과 아쉬움, 아픔 등등이 그들의 글과 그림에 정제되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섬진강 아이들이 쓰고 직접 읽어주는 시를 듣고 있노라니 소중한 그 무엇이 새록새록 솟아남을 느낄 수 있었다. 2학년 아이들의 마음 속에 깃든 순수하고 꾸밈이 없는 자연스런 아름다움 말이다.

요즘 대한민국 도시 아이들에게서 그런 것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 전역에 있는 대부분의 요즘 아이들에게서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은 괜한 것으로 사치이겠단 생각이 든다. 영어 학원, 미술 학원, 피아노 학원, 글짓기 학원, 태권도 학원, 각종 재능을 키우고 연마하기 위한 학원 등등으로 인해 어른들만큼 바쁜 일상 속에 완전히 몰입되어 그 안에서 자유롭지 못한 아이들에게서 이런 순수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섬진강이 흐르고 산과 산 사이에 있는 마을이 있는 곳에 동화 속에나 있을 법한 아이들과 그들의 학교와 집이 있었다.
그 아이들의 선생님, 초등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의 그림과 글들이 삶을 참으로 아름답게 하는 원석임을 알고 있기라도 했던 것일까?
수업을 통해서 계속 해서 질문하고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하도록 하며 그것을 글로 쓰도록 이끌어 준 참 스승이 그곳에 있었다. 25살에 농촌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한 이래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키며 삶의 원석을 찾아내어 그것을 일깨워 주는, 세상에서 제일 귀한 보석으로 소중하게 다듬는 진정한 장인이 바로 섬진강 아이들의 선생님이었다. 그들의 일기와 수업 중 쓴 글, 그림들을 보석으로 바꾸는 삶의 장인이 그곳에 있었다.

섬진강 아이들의 한 해 모습을 보면서 아스라히 사라진 것만 같은 그 무렵 내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나는 그 무렵에 작년 여름에 작고하신 외할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했는데, 아침 일찍부터 늦은 밤까지 일을 하셨던 어머니 대신에 하루의 대부분을 할머니와 함께 보낸 기억들이 새벽녘 강가에 피어오른 물안개 마냥 내 주위를 감싸고 있음을 느꼈다. 어릴 때 나도 섬진강 이이들처럼 짧은 글을 많이 쓰곤 했었다. 동네 어귀를 돌아다니면서 보고 느낀 것을 글로 적던 시절이 있었다. 부끄러움이 많아서 내 생각을 친구들 앞에서 잘 이야기 하지 못했기에 하고 싶은 말을 모두 글로 옮겨 혼자 간직하곤 했었다. 지금껏 내가 받은 상 중에서 -그 동안 받은 상이라고 해 봤자 그거 서 너개에 불과하지만 - 제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상이 글짓기 상이랑 일기쓰기 상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들었던 칭찬 중에 제일 좋았던 칭찬은 선생님에게서 글을 잘 쓴다는 소리였다. 아무튼 그래서 그런 지 몰라도 섬진강 아이들 이야기를 보면서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러나,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서 미술 시간을 울다시피 참담한 마음으로 지내던 그 때 내 모습이다. 그 당시 섬진강 아이들의 선생님처럼 잘 지도해 준 선생님이 계셨다면 나는 그림을 정말 잘 그렸을지도 모른다. 울고 있는 나무, 사람들마다 저마다 다른 색깔의 그림자를 그렸다가 보이는 그대로 안 그린다고 혼난 다음부터 미술 시간은 정말 힘들었다.

그나저나 섬진강 아이들은 대한민국에서 정말로 제일 행복한 아이들이다.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글로 쓰고 그리고 노래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마음껏 뛰어놀고 노래하고 그림도 그리고 시도 쓰고 자신들의 글이 노래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들의 일년이 책으로 엮어져 나온 모습을 보니 그저 감동에 또 감동일 뿐이다. 앞으로 이 아이들이 소중했던 일년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하다. 험하고 거친 세상을 앞으로 살아간다고 할지라도 그 아이들은 순수의 시대를 추억하며 자신의 자리를 환하게 빛나게할 것만 같은 기대감이 있다.

섬진강 아이들이 한해동안 받은 교육이 소위 앞서가고 가장 중요한 선진적인 교육이라는 것을 알기라도 할까? 이 이야기를 요즘 부모님들과 선생님들, 정부 관계자, 특히 2008년에 들어설 새로운 정부의 수장과 관계자들이 꼭 봐야한다고 믿는다. 교육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힘주어 강조하고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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