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3월 24일)에 있었던 일이다.
그날 저녁에 이 지역 한인 모임에 참석했다.
그 자리는 지난해에 미국 하원 본회의「일본군'위안부' 공식사죄 결의안(H.R.121)」이 통과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던 이가 한국과 일본을 이 문제로 함께 연대했던 이들의 초청으로 다녀온 것을 보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진과 인터뷰들, 그리고 일본 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있는 수요 시위 모습 등등을 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결의안들이 전세계적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그리고 일본 정부의 공식적 사과를 이끌어 낼 때까지 이 활동은 계속 될 것이라는 보고를 했다. 그리고 일본의 역사 교과서 문제 언급. 한-중-일 역사 교과서 연구 모임의 성과와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학교에서 계속 가르치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인지를 알리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계속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내가 한국에서 얼마 전 당신에 한국에 있는 동안에 새로운 역사 책이 출간되었다고 말하면서 그 책은 (확인하지 않아서 확신할 수 없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등을 포함해서 일본 식민지 상황과 해방 이후의 역사 기술이 종전 역사 교과서와 역사 관련 NGO의 입장과는 다른 해석과 입장이 다르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그녀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그 역사책을 만든 사람들이 "Pro-Japanese (친일파)"냐고 내게 반문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바로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그때 근처에 있던 다른 한분 (대학교에서 식민지 관련 역사학을 가르치시는 분, 한일 관계도 연구를 많이 하시는 분)이 "아니다"라고 내 대답이 있자마자 대답을 하시면서 그렇게 단정지어 이야기 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속으로 내가 즉각적으로 "그렇다"라고 대답한 것을 두고 경솔했구나 하면서 자책했다. 물론 그들의 해석이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단정어법으로 그 역사책을 발간하고 주도한 이들을 "친일파"라는 씩으로 대답한 것은 바르지 못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역사 교수의 말씀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 주제로 토론할만한 자리도 시간도 되지 않아서 내 이야기를 좀 더 부연하는 정도에도 그쳤다. 전에 이 분이 한국의 식민지 상황과 경험에 대한 강의를 2주에 걸쳐서 한 것을 들은 적 있었는데 '식민지 근대론'에 가까운 사관을 펼쳐서 불만이었다. 나를 비롯해서 몇 몇분들을 그런 것을 느끼면서도 이 문제로 본격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어서 그저 의견을 나누며 이런 모임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정도로 의사를 표명하는데 그쳤다.
이후에 한-중-일 새 역사 교과서 포럼에서 한국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분을 통해 근현대사에 관한 사관과 기술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분은 다양한 성과물과 역사책을 소개했는데 참 신선했었다. 이후에 일본에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반대 운동을 하는 일본 시민단체 대표들이 미국에 왔을 때 우리 모임에도 와서 일본의 보수화와 과거사 문제에 대한 다양한 토론을 한 적 있다.
아무튼 일본의 식민 상황과 경험에 대해 미화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일본 강점에 의해 근대화의 토대가 갖추게 되었다는 식의 주장을 펴는 역사 학자들과 사회 학자들, 나아가 각계 종교 지도자들을 어떤 식으로든 대하게 되면 불편한 감정이 생기고 만다. 해방 전후사의 인식과 관점이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면 이내 무의식적으로 그런 사람들을 향해 차가워지는 나를 보면서 가끔 놀란다.
최근 한국의 20대를 두고 IMF 세대라고 하면서 이들을 신흥 보수 세력이라고 일컫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박정희 시대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일본과의 과거사 관계에 대해 실용적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막연하게 답답했다.
영어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고 경제만 좋아지고 먹고 살만하면 좋은 세상이라는 식의 그런 "실용주의" 사고가 한국 사회에 배회하며 거짓 정신이 주인이 되어가는 것만 같아서 말이다. 현 정부의 수장이라는 자가 나서서 그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나중에 식민지 연구, 특히 동아시아 연구를 하신다는 그분의 사관과 그 시대 해석을 다시 청하여 모임에서 강의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중-일 교과서 포럼을 주도하셨던 분의 이야기도 함께 말이다. 평화 교과서를 만들고 함께 가르치고 연구해야 한다는 그분이 한 말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동아시아에는 "화해 사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그때 그 자리에서 "민족 사관" 및 국가가 주도하는 "사관"도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들이 오갔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고 그것에 대해 푸는 열린 자세가 전제가 되지 않는 이상 "화해 사관"이니 "민족 사관, 국가 사관 극복"이니 하는 것은 헛된 말들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그때 그 모임이 정리된 적 있었다.
뉴 라이트 진영이 새로운 역사책을 만들었다는 소식과 그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 사회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지난 월요일 밤에 집에 돌아오는 길이 왠지 멀고 힘들게 느껴졌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