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동안 미뤄두고 있었던 영화를 드디어 봤다.
뭔가 숙제를 끝낸 느낌이다.
친한 벗이 이 영화가 상당히 괜찮으니 한번 보라고 추천했었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마침내 봤다.
우연인지 몰라도 이 영화를 본 지 얼마되지 않아서 한국 영화 "챔피언"을 봤다.
이 두 영화의 내용은 대충 알아도 어떻게 진행되는지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고 있었다.
사실 알아도 영화를 보고 느끼는 데 별지장은 없지만 보기 전에 모르고 있는 것이 속편할 듯 해서
일부러 관심을 갖지 않았다.
요즘 미루고 있던 영화를 한꺼번에 주말마다 몰아서 보는 탓에 생각과 느낌이 잘 정리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봤다는 정도의 느낌을 위해서 이렇게 끄적거리는 요즘이다.
그래도 영화평을 짧게 하자면, 아니 먼저 감독이자 배우로 출연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대해 한마디 해야겠다. 개인적으로 젊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보다 늙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상당히 좋고 그가 연출한 영화를 좋아한다. 그가 일전에 블루스에 관한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을 때 정말 감동했었다. 비록 그가 전형적인 미국인 정서와 문화에 익숙한 배우이자 감독일지라도....
내가 영화 속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면 그의 선택과 결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제자이자 딸처럼 여기게 된, 연인과 같은, 동반자와 같은, 그리고 아끼는 선수가 날개 꺾인 것 새마냥 병상에 누워 마지막 청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것을 거절할 수 있을까?
힐러리 스웽크가 연기한 자신의 운명을 시험하며 당당히 맞서며 도전하던 그 캐릭터와 영화 속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내면세계는 서로 정말 닮아있다. 그들의 만남은 숙명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멘토와 멘티의 관계이자 비혈연적 모녀 관계, 나아가 영혼이 소통하는 동반자의 관계를 보게된다. 정말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서로에게 끌리며 필요하고 의지가 되는 그런 관계말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한 것은 성과 나이를 초월한 어떤 새로운 관계를 이루며 추구하는 여정과 우정이었다. 늙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도달한 경지는 오랫동안 도를 닦은 수도승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현란한 카메라 기법과 기교, 컴퓨터 그래픽이 없이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경외감을 갖는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힐러리 스웽크가 고유의 연기 세계와 영역을 개척하는 것을 보는 것 같아서 기쁘다. 그가 출연할 새로운 영화를 기대해 볼 참이다.
이 정도로 해 두고 이제 한국 영화 "챔피언"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
이 영화는 앞부분 30분만 봤기에 사실 할 이야기가 많지않다.
만약에 이 영화를 다 봤다면 실망감과 아쉬움이 많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의 첫시작을 보다 극적이고 다른 시각에서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영화를 끝까지 봤다면 곽경택 감독의 연출력과 작가적 상상력, 감수성에 아쉬움이 많았을 것 같다.
이것은 개인적 편견이 많이 작용하는 부분이니 이쯤에서 관두는 편이 낫겠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인상적으로 본 영화 가운데 권투와 관련된 영화들이 많은 편이다.
치열하고 거친 영화 속에 삶의 진실과 단편이 담겨있기에 그럴까?
영화를 본 느낌이 더욱 숙성되면 영화평을 한번 나름대로 써봐야겠다.
요즘 주말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그래서 이것저것 얽혀있다. 일단 그것들부터 풀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