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 MBC의 "PD 수첩"은 용인대학교 동양무예학과 용무도 전공에 진학 할 예정이었던 강장호 군이 신입생 훈련을 한 후 뇌출혈로 식물인간이 된 사건을 보도했다. 그리고 다음날 5일 강군이 안타깝게도 사망하자 이와 관련된 소식으로 각종 포털 사이트와 블로그는 들끓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사건이 지난해 6월 일본 스포츠계에도 있었다. 이 사건의 전모가 결국 지난 2월 초에 보도가 되자 일본 사회가, 무엇보다 스포츠계와 당사자인 일본 스모 협회 (Japan Sumo Association, 이하 JSA)는 충격에 휩싸였고 당황했다. 일본 스모의 어두운 면모가 세상에 밝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유사한 두 사건을 보면서 한국과 일본 사회 이면에 자리한 "체벌"과 "폭력 문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른바 한국의 교육 현장에서 오랫동안 해 오고 있는 "체벌 문화"는 "군대 문화"와 관련되어 있고 이것 모두 일본의 군국주의적 근대 교육에서 유래한 것이기에 이 두 사건은 샴 쌍동이마냥 한 뿌리에서 기인한 비극적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일본에서는 사이토 군의 사망에 대한 전모가 밝혀졌는데 당시 후쿠다 총리와 일본 각계 각층에서 스모 협회에 엄정하게 밝히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그리고 국회 차원에서, 각계 각층에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문제를 밝혀내고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없는 듯 하다. 그거 인터넷의 누리꾼들과 블로거들 사이에서나 목소리를 높이는 정도이니 말이다. 이러다가 일본의 경우와 달리 흐지부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대한민국 전체가 워낙 다른 문제들로 인해 시끄럽고 들썩이는 탓에 이런 문제가 조명받을 틈도 없고 조명받더라도 집중력있게 다뤄지지 못한 채 사람들의 관심과 기억 속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가 일본 스모계의 치부가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3월 10일자에 메인 소식으로 보도된 것처럼 보도나 되지 않을까하고 걱정한다면 나만의 기우일까?
이미 결론이 나고 보도가 된 지 한달 가량이나 지난 시점에서 특별 기고자에 의해 신문의 메인에 이 소식이 다뤄진 것이 보기 드문 일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전모가 미국인들 시각에서 보면 꽤 충격적이었나 보다.
그 기사의 첫줄을 보면 꽤 선정적이다. "야구 방망이가 스모 훈련에서 필수적 도구였다. 비록 어린 선수들은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지만 방망이로 맞기 때문이다"라고시작한다. 알려진 대로 사이토 군의 사망은 꽤 충격적이다. 스모 훈련방에서 여러 차례 도망치기를 거듭하다가 그때마다 체벌을 받았는데, 결국 사부에게 맥주병으로 맞고 담배불로 지짐을 당하고 야구 방망이로 맞은 후 계속해서 선배와 동료로부터 맞은 채 목욕탕에 방치되어 있다가 사망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기사의 첫줄은 선정적으로 시작했지만 결론은 일본 스모계의 어두운 현실과 전망으로 끝을 맺었다. 이를 일본 스모 협회(JSA)와 일본 보수 사회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 같다.
그런데, 이 사건과 관련 보도들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볼 여유가 없는 사안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스포츠계는 일본 스포츠계보다 더 심각하고 어두운 면이 보다 많기 때문이다. 성폭력 문제, 체벌, 성상납, 승부 조작, 스포츠 연고주의, 금품 수수 등등...... 이런 내용이 미국의 유력 일간지 국제면에 일본 스모 선수의 비극적인 사망 사건처럼 다뤄져서 널리 알려지는 것은 어쩌면 시간 문제인 듯 하다.
워싱턴 포스트 3월 10일자 국제면에는 일본 소식 뿐 아니라 중국 소식도 있었다. 중국 베이징의 대기 오염 문제가 무척 심각하다는 것이 집중 조명되었다. 사실 기사와 함께 한 베이징의 하늘이 매연으로 뿌연 사진만 보아도 이런 곳에서 금년에 있을 올림픽이 제대로 치뤄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국가 대외 위신이니 국가신임도, 대외 위상이니 하는 것 등등에 정말 관심이 많다면 정치, 경제, 안보뿐 아니라 "문화" 관련 분야에 보다 신경쓰고 이에 대해 보다 철저하게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 스모 선수 사망 사건 보도 하나만으로 스모라는 스포츠가 얼마나 야만적이고 반인권적인지를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니 말이다. 일본이 그 동안 국제 스포츠계에서 스모를 널리 알리고 위상을 높이려는 모든 시도는 이 한번의 보도만으로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솔직히 대한민국의 오늘을 보면 안타깝고 답답할 뿐이다. 자연 환경과 문화재를 제대로 보전하기를 하나, 사회 각계 각층에 만연한 청탁 문화와 금품 수수가 근절되기를 하나, 지역주의와 각종 인맥, 학맥, 혈연주의의 망령들은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활개를 치며 그 썩어가는 악취가 진동하도록 하니 말이다.
이 즈음에서 선진 사회 건설이니 구현이니 하는 말들은 기만적인 권력자들과 기득권자들이 공공연하게 외치는 허상과 허구에 지나지 않음을 새삼스레 떠올려 본다. 대한민국에서는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서라면 여전히 수 많은 장애와 난관을 극복하고 노력해야 할 일이 많다고 느낀다.